신간│낯선 시선

여성에게는 '언어'가 부족하다

2017-03-10 10:04:47 게재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1만4000원

여성 정치인이 주장을 많이 하면 나댄다는 말을 듣기 쉽지만 남성 정치인은 지적이고 유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세월호 유족들의 진실 규명 요구엔 '불평불만' '이기적'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새로 나온 책 '낯선 시선'은 여성학자 정희진이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 시기에 일어난,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주된 사건들을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해 쓴 글들을 고르고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기 위해 쓰는 남성 언어의 이중 잣대에 주목한다.

인식의 틀이자 사유의 수단으로 언어는 곧 권력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제대로 말할 수 없다. 남성의 언어에서 스토킹은 구애의 과정일 뿐이고 데이트 폭력과 부부 강간은 사랑싸움이 된다.

여성에게는, 한국 사회에는 언제나 언어가 부족하다. 언어의 부족은 인식의 부재, 사유의 부재, 실천의 부재를 의미하며 이는 곧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혼란과 좌절을 안긴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뻔뻔한 사람들의 시대가 열렸다. 뻔뻔함은 곧 쿨함, 강함으로 평가받으며 우리 시대의 규범이 됐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약자의 무기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내부의 소수자성을 발견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당당하게 분노할 수 있는 말을 찾아내는 것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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