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캠프 "상식적이지 않은 여론조사" 주장에

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기본 이해 부족"

2017-04-04 11:09:59 게재

내일신문 21년째 매달 조사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내일신문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4월 정례여론조사, 내일신문 3일자 보도>에서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 결과에 대해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더문캠)가 "상식적이지 않은 여론조사"라고 주장한 가운데 디오피니언측은 "더문캠 주장은 여론조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억지"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내일신문은 1996년 이후 21년째 매달 정례여론조사를 해오고 있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는 한길리서치와 2011년 이후에는 디오피니언에 의뢰, 조사를 실시했으며 매월 초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더문캠이 문제 삼은 이번 조사도 특정시점과 주제를 염두에 둔 특별조사가 아니라, 매달 초 진행한 정례조사다.

더문캠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조사가 이뤄진 2일은 전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경기지역 경선에서 압승해 언론노출이 극대화 된 날"이라며 조사시점을 문제 삼았지만 원래 내일신문은 매월 1일 보도를 원칙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2011년 이후 변치않는 원칙이다. 다만 4월 1일은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주말이었기 때문에 월요일인 3일로 보도를 준비했고, 조사는 당연히 보도 전날인 2일 이뤄졌다. 조사시점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정치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문캠이 이번 조사의 신뢰도를 폄하한 핵심근거는 정당 지지율이다.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 비해 15%에서 20% 가량 낮게 나오는 결과는 조사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심각한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오해로 보인다. 디오피니언은 정당 지지율을 조사하면서 응답자에게 지지정당이 있는지를 한 차례만 질문한다. 선관위는 응답자에게 답을 강요하는 질문 형식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디오피니언 이윤우 부소장은 4일 "선관위 권고 취지에 따라 지지정당을 한 차례만 질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은 지지정당 응답률이 너무 낮은 것을 우려해서 두세차례 반복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디오피니언 정당 지지율 조사는 다른 기관조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정당 지지율은 낮고 무응답 또는 지지정당 없음은 높게 나온다. 더문캠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봐도 디오피니언 정당 지지율 조사는 다른 기관 조사에 비해 민주당 뿐 아니라 다른 정당 지지율 모두가 낮다.

더문캠은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론조사방식과 디오피니언이 활용한 인터넷(모바일활용웹방식) 조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부소장은 "여론조사방식에는 유선전화, 무선전화(모바일), 설문, 직접면접, 패널조사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이중 어느 방식이 가장 객관적이고 나은지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전문가나 선관위도 정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무선전화가 여론조사의 기본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부소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디오피니언이 활용한 모바일활용웹방식은 무선전화(모바일)를 통해 여론조사에 응할 의사를 밝힌 패널(20만 5461명) 중에 성별과 연령, 지역의 인구비를 토대로 무작위 추출해 모바일문자로 조사내용을 보내고 여기에 응답하는 패널을 모아 조사대상을 맞춘다. 이번 조사에서는 5985명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중 응답자 600명으로 전체 비중을 맞췄다. 무선전화(모바일) 조사와 모바일활용웹 조사는 음성이냐 문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 운용상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 부소장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전화 조사의 신뢰도와 객관성에 문제가 드러났다"며 "미국에서도 신뢰성 있는 패널을 통한 조사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문캠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조사대상의 대표성도 취약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부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성별 연령별 지역별 대표성은 충분히 지켜졌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더문캠은 "단 하루 동안 조사가 이뤄졌다"며 조사를 하루동안 실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부소장은 "여론조사는 며칠에 나눠 하면 조사기간 중에 예상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객관성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단기간에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반박했다.

더문캠은 이번 조사를 비난하면서 "특정후보를 띄우기 위한 이런 식의 여론조사"라고 표현했다. 내일신문은 앞서 밝혔듯 21년째 매월 정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수년째 조사방식도 그대로다. 내일신문은 지난해 11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도가 한자릿 수(9.2%)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당시 여권에서는 "터무니없는 결과"라고 반발했지만, 당시 민주당 등 야권은 이 조사를 근거로 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다. 사흘 뒤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도가 5%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일신문 조사가 '터무니없는 결과'가 아님을 확인했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이 정례조사에서 밝힌 '박근혜 9.2%' 보도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던 더문캠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조사의 공정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태도라는 비판이다.

[관련기사]
"국민이 대통령인 위대한 나라"
'압도적 경선' 분위기, 본선으로 이어지나
[역대 대선 '대세론'의 향배] '문재인 대세론' 2002년 모델? 2007년 모델?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민주당, 거당적 지원키로
[내일신문 - 디오피니언 4월 정례조사│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공약, 엇갈린 반응] 적폐청산엔 '공감(60.5%)' 공공일자리 81만개는 '글쎄(37.8%)'
"차기정부, 과제 잘 해결" 57.7%
[내일신문-디오피니언 4월 정례조사] 어떻게 조사했나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