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간 '폐송유관 토지 보상' 공방
국가가 땅주인 허락없이 매설하고 보상도 없어 … 쟁점, 부당이득 인정여부
김씨 등의 토지에 매설된 것은 '한국종단송유관'이다. 미군이 1970년쯤 포항~의정부 사이 유류 수송을 위해 설치했다. 국방부는 1992년 미군으로부터 한국종단송유관 시설 일체의 소유권을 넘겨받았고, 2005년 8월부터 2012년까지 총 458km 구간 중 364km 구간을 폐쇄했다. 원고들의 토지는 폐쇄 완료된 구간에 있다. 김씨 등은 "송유관은 처음부터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지 않은 채 설치됐고, 이에 따른 어떤 보상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부당이득 인정 여부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국가)는 1970년쯤 이 사건 송유관을 매설했고, 1980년쯤 안전보호 명목으로 국방부 승인 없이는 매설위치를 중심으로 폭 8m에 해당하는 토지를 굴착·건축하지 못하도록 했다"며"법률상 원인 없이 이를 그 부설용지로 점유·사용해 차임 상당의 이익을 얻고,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피고는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원고들은 어떠한 장애 없이 토지를 이용해 왔으므로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원고들의 토지에 매설된 송유관은 이미 모두 폐쇄됐고, 이후 피고가 이를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토지 지하부분을 점유·사용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폐쇄된 이후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심 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법무법인 재유 유성우(51) 변호사는 "폐송유관이 매설된 토지소유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국방부는 일방적으로 폐쇄된 송유관의 소유권을 포기하면서, 현재 국방부가 사용하지 않으므로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법원이 국고주의 입장에서 국방부에게 유리한 판결 해 토지 소유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더 나아가 폐송유관의 철거에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자신들이 직접 철거를 해 줄 수는 있으나, 토지의 원상회복 등은 토지소유자의 비용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수원을 예로 들면, 국방부가 땅을 굴착해 폐송유관을 걷어 갈 수는 있지만, 다시 땅을 덮고 과수나무를 새로 심어야 하는 비용은 토지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24일 현재 대법원 민사1부에 계류 중이다.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시작한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