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번식지 옆 오염토양 매립 확인중

영종도매립지에서 환경운동가 피습

2017-04-28 10:30:04 게재
미처 말릴 틈도 없었다. 취재기자들은 방조제 끝에서 수하암 저어새 번식지를 촬영하고 있었고, 폭행사건은 20여미터 뒤에서 갑자기 벌어졌다. "악!"하는 비명소리에 달려가 두 사람을 떼놓고 보니 피해자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바로 112에 신고했다. 워낙 오지인 데다 비포장 제방도로 끝이라 경찰차가 도착하기까지 여러 차례 통화를 해야 했다.
매립업체 관계자의 폭행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

26일 오후 2시 10분 경, 영종도 제2준설토투기장(제2투기장) 건설현장에서 매립업체 관계자가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정구 위원장은 이마 5바늘, 귀 6바늘을 꿰매는 상해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건 발생 후 취재진도 영종지구대 파출소에서 사건 관련 진술을 했고, 조만간 경찰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폭행사건은 오염된 토양을 매립한 정황을 포착하고 언론사 기자들과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현재 제2투기장에서는 방조제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배면토사 매립공사가 진행중이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21일 저어새 번식지 수하암을 모니터링하다가 수하암 바로 옆 방조제 내부에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와 연기가 나는 오염된 토양이 매립된 것을 확인했다. 갯벌과 해양오염은 물론 여기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수하암에서 번식중인 세계적 멸종위기조류 '저어새' 생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저어새'만이 아니다. 경찰차를 기다리는 동안 두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취재진 머리 위를 계속 선회비행했다. 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이들의 번식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행동이다.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인천항 항로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갯벌과 모래를 퍼내 매립하는 곳이다. 지금까지 인천은 준설토투기장 건설로 매립된 갯벌면적이 최소 1600만㎡로 여의도 면적(250만㎡)의 6배 이상에 달한다.

갯벌을 매립하는 방식의 준설토투기장조성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사업을 강행해왔다.

사업시행자인 한진중공업 또한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습지보호지역, 람사르습지를 관통하는 배곧대교(시흥시~송도신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해수청과 한진중공업의 공개사과와 오염토양 불법매립에 대한 전체 조사와 수거 정화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폭력을 행사한 매립업체 관계자는 취재진을 향해서도 "남의 현장에서 뭘 하는 거냐"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MB정부 때 사대강 공사현장에서 매우 자주 들었던 말이다. 온 국토를 만신창이로 만든 사대강사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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