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성매매 남성들 무혐의 … 경찰 부실수사 비판

2017-05-19 11:07:43 게재

경찰 "증거 부족해" vs "무능과 수사의지 부족"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에 대한 부실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던 한국 남성 7명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청소년 단체 탁틴내일과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전국연대)는 18일 "해외에서의 성착취 범죄 혐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경찰 수사에 강력 항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성매매 혐의로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한국 남성들의 모습이 현지 언론 SNS에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충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체포 당시 19~21세 여성 7명과 함께 있었고, 하루 2000페소(약 4만5000원)를 주고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체포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고, 사건은 국내로 넘어와 관할 경찰청의 수사가 진행됐다.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충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국 남성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필리핀 경찰로부터 진술서와 경위서 등을 넘겨받아 조사했지만 기본적 인적사항 이외에 이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탁틴내일과 전국연대는 "두달 동안의 수사 결과에 국민 모두가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며 "성매수자들이 현장에서 체포돼 국제사회에까지 알려진 사건에 대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찰의 수사능력 무능과 의지의 부족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수범죄가 필리핀 여성과 아동을 위험에 빠뜨리고 그들을 이용한 성산업을 조장함으로써 인신매매범죄에 동조하고 있는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처음부터 다시 국제공조와 현지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수사를 진행해 사건 관련자를 엄중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사건의 경우 자백이나 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난다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해외 성매매 사건의 경우엔 해당 국가의 조사 내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경찰이 해외 성매매 사건 수사에 소극적인 사이 한국의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 국부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선 수년째 한국인 남성을 동남아 지역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한국 남성들은 주로 여행사의 골프 투어 상품이나 출장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수요자로 남아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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