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반대' 소신 내세우던 김동연 내정자

2017-05-23 10:45:00 게재

문 대통령 복지공약 잘 이행할지 관심 … 대규모 '펑크' 2013년 예산 편성 주도하기도

문재인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방향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인 바 있어 눈길을 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가 23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예금보험공사에 출근, 기자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초 당시 기재부 2차관이었던 김 내정자는 복지태크스포스(TF)를 주도했다. 그해 4월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마련한 복지정책들을 지속가능성과 실천가능성, 재원마련 대책 등의 기준에서 따져보기 위한 조직이었다. 첫 회의를 마친 김 내정자는 "정치권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며 각 정당이 내놓은 복지공약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복지TF는 선거를 코앞에 둔 4월초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데 5년간 최소 268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당시 김 차관은 "제기된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추가 증세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 그는 특히 무상복지 정책을 비판하며 '일하는 복지'와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자 그는 사표를 내면서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그 해 7월 0~2세 무상보육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다시한번 무상복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벌가 아들이나 손자도 지금 제도에서는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건데 과연 이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며 무상보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언론과 인터뷰 등에서 "무상보육을 돈 문제나 보육문제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어떤 복지철학에서 출발하느냐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며 자신의 무상보육 반대가 상황논리가 아닌 신념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김 내정자는 2013년 6월 국무회의에서 무상보육 예산문제를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공약에는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확대 등 무상복지정책이 핵심공약으로 담겼다. '무상복지 반대' 소신을 피력해 온 김 내정자가 문 대통령의 공약을 제대로 이행에 옮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내정자는 부총리로 지명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전 정부와의 연속성을 묻는 질문에 "박근혜정부에서 사의를 표하고 나온 지 2년 10개월이 되고 이후에는 학교에 충실해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만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내정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 내정자는 문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3.5% 수준인 재정지출 증가율을 5년간 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타당해 보인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기재부 2차관이었던 2012년 김 내정자는 균형재정을 중요시했었다. '위기가 상시화·장기화될 가능성이 많은 상황에서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해 정책여력을 비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급속한 고령화와 통일에도 대비해야하는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정부는 2013년 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의 0.3% 가량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GDP의 ±0.3%까지는 균형재정으로 본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사실 이명박정부 마지막 해에 편성한 2013년도 예산안은 문제가 많은 예산이었다. 정부는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 다음연도 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세입도 크게 늘려 잡았다. 하지만 세수는 예상치를 한참 밑돌았고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야 했다. 당시 17조원 규모의 추경안 가운데 12조원을 부족한 세입을 메우는데 썼지만 그 해말 8조5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나면서 박근혜정부 초반 경제운용을 힘겹게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 업무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게 된다"며 "경제수장으로 거시경제 등을 두루 고려하면서 펼치는 정책은 아무래도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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