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18 집단발포 묵인·방조

2017-05-25 10:45:30 게재

공산주의자 소행으로 왜곡

'미국 기밀문서'서 밝혀져

미국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집단 발포 명령'을 내린 것을 알고서도 묵인 및 방조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신군부가 5.18을 공산주의자의 소행으로 왜곡시킨 내용도 '미국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의 책임론이 부각될 전망이며, 보수단체의 5.18 왜곡도 근거를 잃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은 24일 미국 언론인 팀 셔록(66)의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에서 밝혀졌다. 그는 1996년 미국 정부의 5.18 관련 기밀문서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고, 지난달 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면서 3500쪽에 이르는 미국 기밀문서 해제작업을 진행 중이다.

팀 셔록이 공개한 1980년 5월 21일 미국 국방정보국(DIA) 광주상황에 따르면 '공수여단은 만약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미국이 5월 21일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명령을 알고도 묵인한 증거다. 이날 계엄군 집단발포로 광주시민 수십 명이 사망했고, 다음날에만 희생자 시신 56구가 수습됐다.

신군부는 시민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5.18을 공산주의자 소행으로 몰아갔다.

팀 셔록은 신군부가 정보를 제공해 1980년 5월 27일 작성된 '미국 국방 정보보고서'에 '군중들이 쇠파이프, 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폭도들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나왔다'는 대목이 있다면서 이는 5.18을 공산주의자들의 방식으로 왜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폭도들이 전투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조차 쏘아댐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함 △군중들 교도소 공격, 300명의 좌익수 수감되어 있음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음 등 실제 상황과 달리 5.18을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보고서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정문영 5.18기념재단 연구실장은 "미국이 그동안 5.18에 대해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왔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의 책임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자료 공개의미를 설명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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