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강국의 그늘, 학교 비정규직│① 초·중·고 교직원 중 41%에 달해

정규직만으론 정상운영 어렵다

2017-06-07 11:55:19 게재

새정부 출범 후 고용안정 목소리 확산 … 노조 6월 말 총파업 예고

#1.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전문강사로 활동하는 A씨는 2학기에 다시 강단에 설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대량해고의 화살이 언제 자신에게 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 지방 국립대학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못해 기간제교사로 활동하는 B씨는 학기 말만 되면 불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데 학기말까지 교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더 크다.

고용안전 대책수립 촉구하는 영어회화전문강사들 5일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들이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안전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고용안정을 막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 즉각적인 개정, 영어회화전문강사의 무기계약 전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학교현장 곳곳이 수년째 비정규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을 제외하면 학교 구성원 2명 중 1명이 이른바 '학교 비정규직(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가운데 비정규직노조가 6월말 총파업을 예고하며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 구성원은 자신의 존재 근거를 법령으로 보장받고 있지만 존재 근거가 없는 비정규직 교직원이 존재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크게 '비정규직 교원'과 '비정규직 일반 직원'으로 구분된다. 비정규직 교원은 기간제교사,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 강사직종(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방과후 및 특기적성 강사, 교과교실제강사, 원어민영어강사, 시간강사) 등이다. 비정규직 일반근로자는 비정규직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 사서, 교무, 행정, 과학실험, 전산, 특수교육지도사 등 행정·교육분야와 급식 등 학생복지 분야에 종사한다.

전문가들은 변화 속도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일정 비율의 비정규직은 필요불가결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과 해고가 쉽다는 이유로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근무 중인 비정규직은 학교회계직 14만2000여명, 비정규직 강사 16만5000여명, 파견·용역 2만7000여명, 기간제교사 4만7000여명 등 약 38만명에 달한다. 전체 교직원의 41%나 돼 비정규직 없이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등굣길에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학교 보안관이다. 학교에 들어서면 기간제교사와 스포츠 강사, 영어 강사 등에게 수업을 받는다. 점심시간에는 비정규직 영양사가 짠 식단으로 비정규직 조리사와 조리원들이 음식을 먹는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 나간 학교는 당직 기사들이 문단속을 하고 경비를 선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내에서 정규직 교직원과 같거나 비슷한 근무형태로 일하고 있다.지난해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4만6060명이다. 전체 교사(49만1152명)의 9.4%를 차지한다. 기간제교사 중 2만1000여명은 담임을 맡고 있다. 교사들이 담임을 꺼리는 이유는 업무가 너무 많고 학교 폭력 같은 사고라도 터지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즉, 귀찮고 힘든일을 저임금, 저복지에 시달리는 기간제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서 학교현장에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41%%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어 새정부의 고용정책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교육당국과 달리 학교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은 무기계약직도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저임금과 극심한 차별로 상처받는 평생 비정규직"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6월말 총파업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추진하려하고 있음에도 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며 "교육감도 학교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은 임금이 같고 승진, 승급조차 없는데 어떻게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면서 "최소한 공무원 임금의 80% 수준은 돼야 진짜 정규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시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30일 총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5일에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 앞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8월말 학교에는 영어회화전문강사 대량해고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2009년부터 실용영어교육 강화를 위해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가 도입됐으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정부의 지침은 평생비정규직으로 만들었고 매년 해고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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