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주민 '신림 경전철 재추진' 갈등

2017-06-13 10:37:06 게재

서울시, 샛강-대방 구간 곡선으로 변경

주민들 '아파트 붕괴' 등 안전문제 제기

서울시가 신림경전철 사업의 일부 구간 노선 변경을 놓고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붕괴 등 안전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대방동 한국개나리아파트 주민들이 12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경전철 노선 원상 회복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이제형 기자


서울 대방동 한국개나리아파트 주민들은 12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사전 통보없이 노선을 변경해 아파트 밑으로 경전철이 통과하게 되면 붕괴 위험이 있다"며 "곡선으로 변경된 신림경전철 1공구(샛강역~대방역) 구간을 당초 설계대로 직선화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개나리아파트는 아파트 주변이 풍화토와 퇴적층 등 대부분이 모래에 불과한 약한 지반인데다 1층과 지하 주차장이 기둥만 서있는 필로티 구조인 불안한 건물이다. 따라서 터널이 아파트 밑을 지나갈 경우 건물은 물론 기계실, 저수조 등 지하 주요 시설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강선우 입주자대표회장은 "당장은 모르지만 경전철이 통행을 시작하면 소음과 진동이 누적돼 건물 붕괴 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곡선화를 하면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는데 주민 안전을 담보로 돈을 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항의했다.

주민들은 "노선 변경을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김혜련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동작)은 "서울시가 뒤늦게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안전정밀진단 등 주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민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노선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경제성 때문이 아니라 안전문제 때문에 노선을 바꾼 것이라 설명한다. 이윤권 서울시 경전철설계과장은 "최초 사업자(고려개발)가 부도가 난 뒤 다시 사업을 맡은 대림산업개발이 정밀 조사를 벌여 직선안이 법적·기술적으로 모두 안전 문제에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사업 재추진 처음부터 곡선으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노선 변경 이유가 '경제성이 아닌 안전 확보 때문'이라는 말이다.

먼저 샛강과 대방역을 직선으로 이을 경우 경전철 터널이 기존 시설인 여의교, 대방 지하차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또 노선 변경 이유로 안전규정을 강조한다. 직선 노선은 '승객이 4분 이내에 승강장에서 벗어나고 6분 이내에 연기나 유독 가스로부터 안전한 외부 출입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국토부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 샛강역~대방역 사이를 직선으로 뚫으려면 터널이 더 깊어지고 경전철의 경우 승강장 출입구 수가 적어 사고가 날 경우 승객들이 대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소통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변경 사실을 먼저 공개하지 않았고 문제를 다루는 관련 부처의 태도도 주민들의 불신을 키웠다"면서 "안전 예방과 사고 발생시 조치 등에 대한 주민대화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공사만 서두르다간 경전철 사업이 계속 꼬일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13일 시청에서는 개나리아파트 지하 공사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토목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참석해 시와 주민들에게 안전 문제를 자문하고 주민 대표와 시 관계자들은 이를 토대로 이견 조율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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