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C Pro, 장외시장 활성화 주역 될까│① 황무지 수준의 국내 사적자본시장

"혁신기업에 원활한 자금조달로 한국형 유니콘기업 키워야"

2017-06-27 11:11:01 게재

글로벌 유니콘기업 186사 중 한국은 3곳 불과 … 국내도 모험·사적자본시장 확대해야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적자본시장(장외시장)은 미개척 황무지 수준입니다. 수많은 국내 혁신·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을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상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해외로 부동산이나 비행기를 사러다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지난 8일 열린 'K-OTC Pro의 출범기념식 및 국제세미나'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한 말이다. 이날 황 회장은 이제 우리나라도 기관·전문투자들을 대상으로 혁신·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주식의 활발한 거래를 위해 만든 거래 플랫폼 K-OTC Pro를 통해 전문투자자들은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비상장기업들은 성장의 기회를 얻게 하자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적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에 K-OTC Pro가 장외시장 활성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적자본시장 자금조달로 성장한 글로벌 IT기업 =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문투자자 장외거래 플랫폼인 'K-OTC Pro'가 다음 달 중순 경 개장할 예정이다. K-OTC Pro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비상장 혁신·벤처기업들과 투자자들과의 중개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비상장기업 주식이나 펀드 지분 등 다양한 투자 및 거래수요를 집중해 기관·전문투자자들이 원활하게 투자기업 또는 거래상대방을 탐색할 수 있게 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비상장 기업들은 신주발행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의 자금조달을 받을 수 있다. K-OTC Pro는 이런 과정을 통해 비상장기업에 대한 신속한 자금조달 및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고 이들 기업이 글로벌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IT 및 벤처기업들은 IPO(기업공개)로 공모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사적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이나 PE(프라이빗에쿼티) 이외에도 엔젤투자, 크라우드펀딩과 같이 창업 또는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이 등장하고 있다.일부 국가에서는 모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신규상장 규모를 넘어서는 등 전세계적으로 모험자본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상장회사수를 보면 1997년 9113개에서 지난해 6월에는 5734개로 37%가 감소했다. 또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규제가 적고 신속한 자금조달이 가능한 사적자본시장은 급부상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미국 IT기업의 자금조달 현황을 보면 공모자금조달은 6억달러인데 반해 사모자금조달은 200억달러로 35배나 크다.

창업초기부터 IPO까지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탈, PE등 사적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조달해 급성장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적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에 성공한 주요기업을 살펴보면 우버는 설립후 약 8년간 약 9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에어비앤비는 설립후 9년간 3조6000억원, 페이스북은 6년간 약 2조5000억원을 사적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기업인 알리바바닷컴은 설립후 8년간 3.7조원의 자금조달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 글로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기업)은 올해 2월 기준 186개사에 달한다. 이중 한국 기업은 쿠팡(25위), 옐로모바일(31위), CJ게임즈(69위) 등 3개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이들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자금조달이 아닌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가 있었다.

◆"혁신 벤처기업 정책금융에만 의존" = 우리나라도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주도하에 모험자본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국내 장외시장 현황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유일한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 시장의 주식거래 대금은 일평균 6억원 내외로 상장시장의 0.07%, 시가총액은 11조원으로 상장시장의 0.7%에 불과하다. 또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보험사, 증권,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기자금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지만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채 외국 빌딩을 사러 다니는 등 해외투자로만 눈길을 돌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재영 금투협 K-OTC부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자본시장은 곧 상장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88%가 차지하는 비상장 스타트업, 혁신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의 90% 이상을 은행대출 및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자본시장과 국민경제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모험자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OTC Pro, 장외시장 활성화 주역 될까' 연재기사]
① 황무지 수준의 국내 사적자본시장│ "혁신기업에 원활한 자금조달로 한국형 유니콘기업 키워야" 2017-06-27
② 혁신기업 · 자본시장 동반성장 모색│ "모험자본 공급과 회수 선순환체계 만들자" 2017-06-28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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