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희망을,서울에 미래를-서울,청년과 함께 꿈꾸다

청년 1인가구에 공공임대주택 문호를 열다

2017-06-28 10:44:42 게재

취업준비·사회초년생 신 주거취약계층 대두

서울시 청년 맞춤형 '살자리' 지원 첫 시도

"단순 주거정책 넘어 좋은 시민 만드는 정책"

"살 집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 특별한 혜택을 받는 느낌이에요. 누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거든요. 보증금·월세를 감당하느라 나머지를 다 포기해요."

대학 진학과 함께 경남 남해군에서 올라와 10년째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박향진(27·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 그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청년배당 1호"라며 "나도 이 집이 아니었으면 하고싶은 일을 하는 대신 당장 돈 버는 일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년층이 새로운 주거취약계층으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시가 청년 1인가구에 문턱 높은 공공임대주택 문호를 열었다. 빈집 살리기와 연계하거나 낡은 고시원과 여관을 새롭게 꾸며 청년 1인주택을 공급했고 창업자를 위한 도전숙, 예술인을 위한 협동조합주택 등 자치구별 청년 맞춤형 주택공급을 지원했다. 그간 주택정책에서 소외됐던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이 공공의 울타리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기존 정책에 청년을 맞추는 대신 청년현실에 맞게 주거정책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박원순 시장부터 직접 나서 청년들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해법을 찾았다. 사진 서울시 제공


◆청년층 임대료 역차별 현상 뚜렷 = 임대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만원. 박향진씨가 사는 홍은동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은 서울시가 청년 1인가구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2013년부터 준비한 청년 맞춤형 주거정책 일환이다. 서울시는 당시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중대형 아파트보다 비싸면서 훨씬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있는 이른바 '임대료 역차별 현상'에 주목했다.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4세 이하 청년 1인가구 10명 중 7명 가량(67.1%)은 단독이나 다가구 그리고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고시원 등에 산다. 그런데 그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서울지역은 다가구주택 평당 임대료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비싸다. 서울시가 용산구 효창동 다가구주택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당 임대료를 뽑아봤더니 각각 4만6000원과 4만1000원으로 되레 다가구가 비싸다. 평당(3.3㎡)으로 따지면 다가구 임대료가 15만1000원으로 주상복합 13만7000원보다 1만4000원이나 높다.

청년 주거권에 처음 주목한 청년모임 '민달팽이유니온'이 뽑아낸 주택유형별 규모별 임대료 비교치도 결과가 비슷하다.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인데도 임대료는 소형(60㎡ 이하)이 중대형(60㎡ 초과)보다 비싸다. 단독·다가구주택은 각각 1만5400원과 8400원, 다세대·연립은 각각 1만8400원과 8500원이다. '주택이 아닌' 고시원은 평당 임대료가 15만2000원으로 서민 주거지보다는 중대형 주상복합 수준이다.

그만큼 청년들 주거는 불안정하다, 201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20~34세 1인가구 10명 중 4명 이상(42.1%)은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1년이 채 안된다. 1년 이상 2년 미만이 그 다음으로 4명 중 1명 꼴(24.9%)이다.

청년들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가장 열악한 수준인데 공공임대는 그림의 떡이나 매한가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LH공사 주요 공공주택 입주자 가운데 20대는 2.9%에 불과하다. 30~34세 입주자 7.1%를 포함해도 청년층은 10명 중 1명(10.0%)에 불과하다. 40세 이상 입주자가 10명 중 8명 꼴(79.7%)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정부 청년주거정책에 대학생 전세임대나 청년 전세임대 등이 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은 상당수 배제된다.


◆청년현실에 맞게 주거정책 손봐 = 이런 상황을 반영해 서울시는 청년 주거정책 틀을 바꿨다. 기존 제도에 청년을 맞추는 대신 청년현실에 맞게 제도를 전환하는 형태를 취했다. 특히 '졸업 후 취업'보다 '졸업 후 취업준비' 상황인 인구가 훨씬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새정부가 청년주택으로 대거 확대할 예정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그 중 하나. 시는 지난 3월 사업계획 승인이 마무리된 용산구 한강로2가 1916호, 서대문구 충정로3가 523호, 마포구 서교동 1177호를 포함해 45개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성동구 용답동, 강서구 화곡동. 도봉구 쌍문동 등 사업인가가 진행 중인 14개 지역과 사업인가를 준비 중인 28곳까지 올해 연말까지 1만5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매입형 임대주택 일부를 청년층에 공급하는 자치구 맞춤형 공동체 주택은 지역사회와 연계를 강화한 방식.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 70% 이하인 청년층이 시세 30~50% 임대료에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주택이다. 방 3개 이상 단독이나 다가구·다세대가 방치돼있는 경우 사회적경제 기관과 함께 대수선, 주변 임대료 80% 이하에 공급하는 빈집 살리기 유형도 6년 이상 거주가 가능하다. 이밖에 고시원 리모델링, 대학생 임대주택(희망하우징),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을 위한 청년주택 보증금까지 올해만 4653억원을 청년 주거와 생활안정에 투입한다.

학자금보다 월세 마련에 급급하고 치솟는 임대료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더 열악한 환경으로 밀려나곤 했던 청년들은 주거가 안정되면서 '함께 사는' 고민을 한다. 박향진씨네만 해도 매달 한차례 반상회를 하면서 교류하고 이웃을 확인한다. 그는 "월세가 저렴하기도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며 "좀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 동네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임소라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들이 살림을 나눠 맡고 자치규약으로 공동체를 유지한다"며 "단순한 주거지원을 뛰어넘는 공존·협동의 가치를 가진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좋은 시민을 만드는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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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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