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C Pro, 장외시장 활성화 주역 될까 │② 혁신기업 · 자본시장 동반성장 모색

"모험자본 공급과 회수 선순환체계 만들자"

2017-06-28 11:02:19 게재

전문투자자 육성,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 활성화 필요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혁신·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을 키워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은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상품개발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비상장기업들은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국민경제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전문투자자의 적극적인 육성과 장외시장 유통 플랫폼의 활성화를 통한 모험자본 선순환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은 K-OTC PRO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신용보증기금 황록 이사장,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기술보증기금 김규옥 이사장 사진 금융투자협회 제공


벤처투자 금액, 건수 증가 = 27일 금융투자업계와 벤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크라우드펀딩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금액과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날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올해 5월 말까지 신규 벤처투자는 480곳에 7817억원이 투입돼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했다"며 "전체 투자 재원도 꾸준히 증가해 18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신규투자금액은 총 3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 발행 규모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크라우드펀딩 누적 발행 금액은 81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늘어났다. 월평균 발행액은 16억3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8.7% 상승했다. 또 크라우드펀딩 성공률도 62.3%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높아졌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벤처기업 성장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크라우드펀딩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다음 달 기관·전문투자자 장외주식시장인 K-OTC Pro가 개장하면 크라우드펀딩과 벤처투자 활동은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장에는 연기금이나 정책금융기관, 증권사 등 선수(pro)급 전문투자자들이 참여하면서 벤처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한 성장 지원과 함께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금의 회수시간이 점점 증가하는 점은 여전히 우려사항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을 IPO(기업공개) 시키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계속해서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5년도 기업의 평균 IPO 소요기간이 9.0년 정도였는데 2014년에는 평균 소요기간이 14.2년까지 증가했다. IPO가 벤처캐피탈의 주요 회수경로로 기능 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장외시장을 통한 회수도 있지만 국내 유일한 공식 장외시장인 K-OTC에서의 주식거래비중은 코스닥시장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내 모험자본시장의 현황분석과 발전방향' 보고서에서 "IPO와 M&A와 같은 전통적인 모험자본 회수시장의 기능이 약화된 현재의 국내 자본시장에서 조직화된 장외시장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높다"며 "모험자본의 원활한 공급과 다양한 회수시장을 구비해 모험자본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창업기업 및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증대를 위해 모험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 정립이 중요하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전문투자자인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슈퍼엔젤, 마이크로 VC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IPO와 M&A의 대안시장으로 세컨더리펀드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기존 조직화된 장외시장을 활용해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전문투자자 기대 증폭 =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K-OTC Pro가 모험자본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며 자본시장과 비상장기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부장은 "지금까지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연기금이나 공제외 등 기관투자자들이 신규투자처로 혁신 비상장기업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투자기업을 찾기 어렵고 주식 거래 등 출구 플랫폼이 없어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라며 "K-OTC Pro는 이런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시장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투자자 시장이 커질 경우 참여자가 늘어나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등 새로운 금융상품개발도 가능하고 혁신 비상장기업은 신속한 자금조달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장은 K-OTC Pro 활성화 방안으로 제일 먼저 다른 장외시장이나 개별거래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장외시장에서는 투자를 하려는 사람이나 받으려는 사람들 모두 거래 상대방을 찾기 위한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며 "K-OTC Pro에서는 모든 비상장기업과 이들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을 다 모아놓고 있어 거래탐색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K-OTC Pro에서는 비상장 기업의 가치평가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가치에 대한 보고서를 오픈 후 1년간은 무료로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이후에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K-OTC Pro의 역할은 많은 전문투자자들과 기업들을 매칭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공급과 수요를 적정하게 맞춘다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 금투협은 19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K-OTC Pro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신보·기보는 보유하고 있는 우수·혁신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협회가 개설하는 K-OTC Pro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고, 협회는 해당주식의 원활한 거래를 지원하는 등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한 부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정책적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신보·기보의 경우, K-OTC Pro를 통해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회수자금을 다른 중소·벤처기업에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또 신보·기보가 투자한 성장잠재력이 높은 비상장주식이 거래되면 K-OTC Pro시장 또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정사업본부도 K-OTC Pro시장을 적극 활용할 의사를 밝힌바 있고 다른 연기금들 또한 K-OTC Pro와 협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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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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