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학교폭력에 학교들 비상

2017-07-11 09:34:40 게재

학교폭력에 대한 미숙한 처리로 갈등 커지는 사례 빈번

학교폭력으로 천안 지역 학교들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재벌가와 연예인 자녀의 학교폭력과 이에 대한 안이한 대처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울. 천안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지역이다.
하지만, 비단 다른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천안 지역의 학교들도 연이은 학교폭력 신고로 인해 이에 대한 처리와 학교분위기 확립에 분주하다. 충청남도청소년진흥원 이미원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통계자료로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올해 들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외부위원 요청이 유독 많아 학교폭력 신고가 많아짐을 체감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 체육인성건강과 이은주 장학사는 “해마다 8월에 학교폭력 신고와 접수에 대한 통계를 내는데, 올해는 국가적인 관심에 따라 학교폭력 신고 접수 수치 및 사례를 미리 조사하고 있어 7월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난처럼 오가는 사소한 괴롭힘도 학교폭력 인식 필요

사례1. 지난 3월 천안 A초등학교에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3학년 학생이 같은 학년 여섯 명에게 지속적인 폭행 및 감금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것.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조치를 결정했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여섯 명 중 네 명 학생들이 이후에도 계속 괴롭히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학생은 최근 ‘불안과 우울을 동반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사례2. 지난 6월 천안 B고등학교에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1학년 학생 한 명을 같은 학년 여덟 명이 협박한데 이어 며칠 후 점심시간에 끌고 가 에워싸고 두 차례에 걸쳐 폭행한 내용. 같은 학년 수십 명이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신고 되지 않다가, 지나가던 2학년 학생의 신고로 학교가 알게 되어 학부모에게 연락이 취해져 자치위원회를 열었고, 7월 5일 현재 결정사항을 앞두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때 외견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폭력만이 아니라 언어폭력 및 학생들 사이 장난처럼 오가는 사소한 괴롭힘도 학교폭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충남도교육청 이은주 장학사는 “학교폭력 신고 사례 조사에 따르면 가장 빈번한 사례가 언어폭력이고, 따돌림, 신체적인 폭력 등 순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학교는 자치위원회를 개최해 조치를 논의, 결정한다. 이때, 학교폭력의 신고 및 초기 대응, 사안조사, 자치위원회 개최와 조치 결정 등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하지만, 법률이 정작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허점을 드러내 미숙한 조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허점 많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학교폭력 접수 후 조사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나타난다. 우선, 신고 후 자치위원회가 열리기까지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법률에서는 이 과정에 피해 학생에 대한 안전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고 있지 않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평소대로 생활하게 된다. 단. 자치위원회 개최 전이라도 긴급한 필요가 있으면 학교장이 긴급조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외견상 큰 상처가 있거나 성폭력 등의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경우 학사일정 속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 과정이 피해 학생에게는 상당히 힘든 기간. 결국, 피해 학생이 학교를 나가지 않는 사례가 많다. 위 두 사례의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조사 기간 피해 학생이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B고등학교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조사 시기가 기말고사 기간이었는데, 아이가 계속 가해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불안해할 것을 생각하니 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며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학사일정에서도 피해를 계속 받는데, 가해 학생들은 자치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별 조치 없이 그대로 생활한다는 것이 기가 막히다”고 말해 피해 학생이 보호받지 못하고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학교폭력 처리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치에 대한 실효성도 문제다. 긴급조치 및 결정사항에서는 제2호 조항으로 ‘접촉금지’와 ‘협박 및 보복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같은 학급인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긴급으로 학급 교체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쉬는 시간 오가면서 맞닥뜨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교사가 항시 주의해서 지켜본다고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책임지고 교과수업까지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 명만 신경을 쓰기는 어렵다. 전담교사가 배치되지 않는다면 어려운 사항이다. 위 사례 A초등학교의 경우 자치위원회 결과 제2호 결정이 나왔음에도 곧 다시 괴롭힘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 현장에서 가능하지 않은 조치임을 설명하고 있다.

허술한 처리로 인해 학생은 또 한 번 피해에 노출

자치위원회의 역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자치위원회는 해당 학교장이 해당 학교 교사, 학부모 대표, 경찰공무원, 판사·검사·변호사, 외부 전문위원 등 중에서 임명하거나 위촉해 구성, 법률에 기준해 조치를 논의하고 결정한다.
하지만, 법률을 해석할 수 있는 판사·검사·변호사가 없는 상황에서 법률 해석과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많아 논란을 남긴다.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구성인원이 아닐뿐더러 자치위원의 2/3 이상이 참석하면 자취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 때문에 자치위원회 결정에 불만을 표하고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천안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가해 학부모든 피해 학부모든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만족하고 수긍하는 경우는 없다”며 “교사는 교육자이지 법조인이 아님에도 법률에 의거해 처벌을 결정해야 하기에 양쪽 모두에게 항의를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위원회 개최가 결정된 순간부터 교사는 어떤 내용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중재의 역할도 할 수 없다”며 “학교와 교사가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하고 법률적인 기준을 들어 처벌만을 내리는 것이 과연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없앨 수 있는 방법일까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치료,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와 재발 방지 교육 등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실제, A초등학교 학생의 경우 계속되는 괴롭힘으로 심리치료가 시급했던 상황. 법률에 따르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심리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관련 내용 안내를 받지 못해 개인 부담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 피해까지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A초등학교 교감은 “결정문이 나갈 때 심리치료와 지원에 대해 학부모에게 안내를 분명히 해드렸는데, 그 부분에 대한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최근에 알게 돼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고 해명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은 물론, 가해 학생 재발방지 치료 필요

2003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생기고 자치위원회가 적용된 후 10여년. 하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인 동시에 점점 더 증가해간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심각한 학교폭력의 경우 사법기관이 담당하고, 학교는 교육과 예방, 재발방지를 위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학교가 법적인 판단을 하고 교육보다는 징벌 위주로 학교폭력을 처리하면서 오히려 허술한 처리로 갈등을 야기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치료 및 지원과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 및 재발방지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 자치위원회 결정에 따라 1호 2호 3호(1호는 서면사과, 2호는 접촉 및 협박·보복행위 금지, 3호는 교내 봉사) 결정이 내려졌지만, 또 다시 폭력을 반복한 A초등학교 학생들의 사례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예견되는 악순환이라는 이야기다.
더나은내일아동센터 임행정 센터장은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경우 아주 경미한 사례였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외견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담 및 심리치료가 필요하고, 이는 가해 학생들도 역시 마찬가지”라며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과 함께,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 깨달아야 계속되는 학교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에 관해서는 관련한 학생들 모두 필수적으로 상담 및 심리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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