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재계에 '일자리·상생' 협조 요청
27~28 청와대서 14대 그룹 경영인과 간담회
'정규직화 ·윤리경영' 상징 중견기업도 초청
이번 만남에는 특히 일자리 창출과 윤리경영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중견기업이 이례적으로 초청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7월 27~28일 양일에 걸쳐 국내 14대 그룹 기업관계자들과 만나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관한 대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23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국내 재계순위 15대 그룹 중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개 그룹과 대한상의회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등 자산기준 대기업 집단의 경영진이 포함됐다. 정부측에선 경제부총리, 산업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박수현 대변인은 밝혔다.
이번 만남에 대해 청와대는 새정부의 경제철학을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순방 때 동행했던 경제인단과 만나 '조만간 경제인과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혔었다"면서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형식적인 자리 대신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되도록 주제와 방식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인사말에 이어 기업 총수들이 덕담 한 마디씩 건네는 간담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말이다.
간담회 일정을 2번에 걸쳐 계획한 것도 '실질적 대화 분위기'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재계와의 간담회 개최 일정에 대해 "깊은 대화가 가능하도록 참석자와 형식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공공분야에서 먼저 시작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민간기업의 동참을 여러차례 호소한 것을 고려하면 간담회 주제 또한 여기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와 관련 "상생협력을 잘해 온 기업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있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인 기업에 대한 당부의 말씀도 있을 것"이라며 "해당 기업의 총수나 대표가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문 대통령과 재계와의 만남에선 참석 대상 기업에 대기업군과는 거리가 있는 중견기업을 포함 시킨 점에 주목한다. 청와대는 14대 대기업군과 함께 식품기업인 '오뚜기'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자산 규모 1조5000억원 규모에 매출 규모로 대기업과는 거리가 한참 먼 기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에서 모범적인 기업이어서 초청해 격려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오뚜기는 마트 시식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 지난 연말 기준 3050명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은 3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실천하는 기업인 셈이다. 여기에 기업의 상속과정에서도 편법을 동원한 승계 대신 부여된 상속세를 충실히 납부하고,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윤리경영'의 상징처럼 평가 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상생협력을 내세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재계와 대기업에 보내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주 문 대통령은 정부의 재정전략을 논의하는 재정전략회의에서 여당인 민주당에서 요구한 연간 이익 2000억원 이상의 초대기업과 5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기업 경영진이 이날 대화에서 자체 일자리 확충 투자계획 등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방적인 질타나 당부 수준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 기업 경영인들간의 솔직담백한 대화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후 중소기업 관계자들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