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 정책 | 서울 노원구 에너지전환

3400가구 베란다에서 태양광 생산

2017-08-08 10:41:03 게재

탈핵시대 맞춰 '지구를 생각하는 삶' 실천

'냉·난방비 0원' 공동주택 연말부터 첫 실험

"에너지 저감주택을 짓는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인근 주민들 반대가 만만찮았어요. '왜 우리 동네에 그런 걸 짓느냐' '주민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 지금은 자녀를 입주시키려고 경쟁이 치열해요."

민선 5기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취임 직후 기후환경 문제를 내세웠을 때만 해도 지자체 특히 기초지자체 영역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구청부터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 줄이기에 나서며 설득했고 7년만에 3400가구가 화석연료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참하게 됐다. 그 효과를 집대성할 공동주택단지가 연말이면 선을 보인다. 첫 발을 내디딜 즈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집중 추진했다. 새정부는 출범 직후 수명이 다한 국내 첫 원전을 가동 중단했다.

노원구는 공공청사와 학교 외벽에 덩쿨식물을 활용한 녹색커튼을 드리웠다. 김성환 구청장이 한여름 외부기온은 10도, 내부 기온은 7~8도 가량 떨어뜨리고 그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녹색커튼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노원구청 제공


◆월 전기료 1만원씩 줄인다 = "연간 탄소 발생량 95%는 인간 행위 때문입니다. 임기 4년인 정치인들이 (그 악영향을 알면서도) 후순위로 미루고 있어요."

김성환 구청장은 "동네 단체장으로서 후세에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방법은 두가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이다.

주민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공부터 실천했다. 구청을 포함한 공공청사 전체 조명을 LED로 바꾸고 옥상에는 정원과 옥상텃밭을 조성했다. 외벽에는 녹색식물을 심어 한여름 더위를 식히도록 했고 구청 마당에는 호박과 조롱박 등 넝쿨식물로 터널을 만들었다. 비오는 날이면 현관앞에 비치하던 1회용 우산비닐을 없앴고 겨울이면 구청장실 창문부터 '뽁뽁이'를 붙였다. 구청 외벽에는 작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연간 6만4760㎾h 를 생산한다.

2013년 7월 28만5867㎾h이던 구청 전기 사용량은 이듬해 27만7090㎾h, 2015년 27만5572㎾h로 지속 감소했다. 올해 역시 기록적인 폭염에 주말 청사 개방까지 전기 사용 요인이 늘었지만 7월 사용량은 26만1994㎾h로 줄었다. 구는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녹색커튼을 설치한 외벽 온도는 41.1도인 반면 그렇지 않은 벽면은 51.7도였다"며 "실내온도도 각각 33.8도와 41.6도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건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살아있는 교육장'도 지었다. 상계동 마들근린공원 내 '노원환경센터'다. 두터운 외부단열재로 냉·난방 에너지량을 최소화하고 자연광이 지하까지 닿도록 꾸몄는가 하면 환기때 버려지는 열을 회수하는 장치도 더했다. 센터에서는 태양광과 태양열로 연간 각각 2만7375㎾h와 5879㎾h 에너지를 생산한다.

공공에서처럼 가정이나 건물에서 사용하는 각종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겠다며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한 주민이 9만7561명.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작은 태양광을 설치한 주민은 3400가구로 서울시 전체 1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단연 앞선다. 김성환 구청장은 "여름이면 1만원, 겨울이면 3000~5000원 가량 냉·난방비가 절약된다"며 "2018년까지 전체 10%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급자족'에 한발 더 = 연말이면 공공임대주택에서 또다른 실험이 가능해진다. 에너지 1/3을 소비하는 건축물을 바꾸기 위해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연에서 얻는 주택 실증단지를 연내 완공한다. 국토교통부 연구사업으로 하계동에 짓는 행복주택 121세대는 태양광과 지열 등 친환경에너지로 냉·난방 조명 급탕 환기장치를 가동한다. 121세대 모집에서 3.86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구축,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에너지 자급자족'에 한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국내에 3중 창호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었는데 실증단지를 시작한 뒤로 2곳이나 생겼어요. 조만간 민간주택으로 확대되겠죠."

김성환 구청장은 "노원구 공공임대주택을 실증단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주민 환경시민사회와 협치를 강화해 에너지 자립도시, 생태환경도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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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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