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재인케어'에서 빠져 있는 것

2017-08-17 10:45:35 게재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지난주 발표되었다.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사회'라는 기치 하에 가계에 부담이 된 '의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비급여를 없애는 방식을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

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의료보장은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다. 병원에서 평균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20%를 절대 넘지 않고, 이 또한 연소득의 2~5%를 넘어가면 무료가 된다. 이런 방식의 의료복지는 기본적으로 치료에 대해서는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 때문에 이루어졌다.

일본은 물론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살고 있는 대만도 의료복지 수준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한국과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강보험 확대, 가입방식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이 출범했다.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의료보장성강화'와 '재정충원과 형평성 확대'였다. '보험적용확대'는 그 이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급여로 바꾸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방식으로 계속 추진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0년 이후로 매년 수많은 비급여가 급여화 되었다. CT, MRI등의 고가검사가 급여화되었고 고가의 항암제 등도 속속 급여화되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비급여는 계속 급여범위로 들어왔다.

문제는 이런 급여화 과정에서 비급여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2001년 12조원이었던 건강보험 총재정은 2015년에는 53조원으로 늘어났다. 무려 급여재정이 4배 이상 늘어났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답보상태다. 2001년 7∼8조이던 비급여가 2015년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2010년 건강보험 보장성은 62.7%이고 2015년은 63.7%이다. 5년간 보장성은 그대로인 셈이다. 그동안 급여재정은 33조원에서 53조원이 되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제 아무리 해도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체감의료비는 절감하지 못한다.

OECD 국가들은 어떻게 높은 의료보장을 유지할까? 비보험이 왜 OECD국가에서는 늘어나지 않는 것인가? 유럽국가들은 병원의 대부분이 공공병원인 점도 있지만, 입원에 대해서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로 추가적인 행위가 있더라도 병원이 돈을 벌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까운 대만도 병원에 대해서 이미 총액계약제를 실시한다.

동네의원이 담당하는 1차진료도 환자등록을 중심으로 돈을 받는 인두제를 시행하거나, 한국과 같은 수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일본처럼 비급여를 섞어진료할 수 없는 '혼합진료금지'제도를 이용한다. 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막고, 닥터쇼핑을 막기위해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킨다. 경증환자가 대학병원급의 중환자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막혀 있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 필요

무엇보다 동네의원과 클리닉이 외래진료를 하고, 병원은 입원진료만 전담하는 임무분담도 명확하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처럼 의원과 병원이 무차별적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최소한 지역별로 공공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있어서, 돈이 없어도 진료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의원과 병원의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하고 서로의 임무분담을 시켜야 한다. 병원급의 지불제도라도 '포괄수가제'같은 비급여가 자리잡기 힘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비급여를 섞어서 진료하면 의료비 총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일본식 '혼합진료금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가 필요하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