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체험장' 청소년의회의 진화

2017-08-23 10:18:22 게재

또래대상 유세·토론하고 아동·청소년정책 마련

단순 의회방청·의정체험 넘어 자치역량 키워

서울 강동구는 9월 14일까지 제2대 청소년의회에 참여할 입후보자를 모집한다. 후보들은 9~18세 청소년 유권자 4만1035명을 대상으로 한달간 선거운동을 거쳐 의회 입성이 결정된다. 앞서 지난 17일 송파구 청소년의회는 그간 정책토론회를 통해 모은 65개 정책을 청소년 참여예산으로 제안했다. 학교주변 신호등 개선이나 중고생 교통카드 지원 등 정책 실효성과 예산편성 여부를 따지는 토론도 이어졌다.

지방의회 방청이나 단순 의정활동 체험에 그쳤던 청소년의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아동·청소년 정책 토대가 되는 눈높이 의견 제시는 기본. 정당별 공약이나 정책토론으로 또래 유권자들에 표를 호소하는가 하면 공정한 투표관리를 진행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민주시민 양성과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금천구는 지난해부터 청소년을 배움의 주체로 세운다는 취지로 청소년총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4개 청소년정당이 각각의 공약과 의원 후보를 앞세운 가운데 치러진 2대 총선거에는 총 유권자 12.5%에 달하는 1310명이 참여했다. 사진 금천구 제공


강동구와 금천구는 청소년 유권자 투표 즉 총선거를 거쳐 청소년의원을 선출하는 가장 앞선 형태로 꼽힌다. 후보자 신청과 선거 전 과정을 청소년이 직접 기획·운영한다. 강동은 1대 의원 가운데 2대 선거에 불출마한 10명과 중·고교 자치기구 소속 10명으로 최근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렸다. 16일부터는 입후보자 모집과 함께 투표인단 구성을 진행 중이다. 후보자 등록과 유세, 사전투표와 본투표 등 국회·지방의원 선거와 매한가지 절차가 이어진다.

직접선거를 통한 25명과 소수계층 추천 선발 10명까지 당선인이 공고되면 11월에는 2대 의회를 개원, 내년 1년간 활동한다. 정책과제 발굴과 청소년사업 기획을 맡은 상임위원회는 매달, 긴급하게 처리할 사안이 발생하면 임시회의, 최종 정책과제를 제안하는 정례회인 열린 의회는 연 2회 계획돼있다. 지난해 선출된 1대 의원들은 올해 어린이신문 발간, 학교건물 내진보강, 건강 장애학생 학습지원, 통학버스 배차간격 등을 관련 부서와 논의 중이다.

금천구는 '교복 입은 시민' 기획사업으로 지난해 4월 첫 청소년총선거를 치렀다.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아 청소년을 배움의 주체로 세우고 자율·자치역량을 키워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참여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청소년들은 4개 정당을 창당하고 정당별 주요 정책 제시, 정당명부 작성, 비례대표 명단 확정 등 총선 축소판 선거를 치렀다. 1대 의회는 금천구청소년선언문과 청소년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촉구 결의안, 청소년 인권센터 설치·운영안, 청소년 연합축제 기획안을 의결했다.

지난 5월 두번째 총선에서는 유권자 1만487명 가운데 12.5%에 달하는 1310명이 투표에 참여, '청소년문화와 진로·역사교육'을 공약한 '밝은미래당'이 33.1% 지지로 '1당'이 됐다. 청소년의원 21명을 포함한 4개 정당 구성원 119명은 올해 전국 청소년과 교류를 추진한다. 10여곳 지자체 청소년과 연계해 전국단위 대표회의와 권역별 주제별 이사회를 구성하는 '청소년 자치 UN' 계획이다.

총선을 치르지 않은 자치구 청소년의회도 연간 회기를 소화하며 민주시민 훈련을 하고 행정 전반에 청소년 시각을 불어넣는다. 은평구 청소년의회는 올해 3대째로 지난 5월 발족 후 정기회의와 상임위원회별 전반기 회의를 마친 상태. 상임위는 학교환경위원회 청소년시설위원회 교육문화위원회 등 청소년 특성을 반영해 구성했다. 학교 누리집에 학생회 지원예산 공개, 중학생들을 위해 주말·방학기간에 고등학교 개방, 학생회별 교류 등을 논의한다.

관악구는 원탁토론회를 통해 청소년 자치의회를 꾸리고 서대문구는 청소년 의회 추진단이 참가자 모집과 지원자 면접·선발을 담당한다. 민주시민교육 '모두의 시민학교', 학교앞 분식점과 매점 내 먹거리 실태조사, 청소년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조례, 청소년 최저임금·노동인권 보호촉구 결의안 등 활동이 눈길을 끈다. 도봉구도 지난 3월부터 어린이·청소년의회 연간 일정을 시작, 의원들 직접 투표로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관련 조례 초안을 마련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청소년의회는 실제 입법과정을 이해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며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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