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 사태로 소비자소송 재조명

2017-08-28 10:58:08 게재

집단소송제도·징벌적 손해배상 등 필요 … 개정 제조물책임법, 내년 4월 시행

'릴리안' 생리대 사태로 인해 소비자 집단소송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법제도가 소송 참여 방법, 입증책임, 배상액 등에서 여전히 소비자 보호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릴리안 생리대 환불조치│27일 인천 영종도의 한 대형마트에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에 대한 환불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앞서 주요 유통업체들은 유해물질 검출 및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생리대 릴리안을 판매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지난 21일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자 수많은 피해여성들이 피해사례를 올리고 손해배상청구 소송 신청을 했다.

법무법인 법정원이 피해자들의 대리인으로 나섰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집단소송'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실제 보편적 의미의 집단소송은 아니다. 한국에선 피해자 개개인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것이고, 단지 편의를 위해 원고들이 뭉치는 형태에 불과하다. 피해자 개인이나 여러 사람, 혹은 일정한 단체가 소송을 진행한 경우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이 미치게 하는 제도가 일반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손해배상 측면에서 집단소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2005년 도입된 '증권관련집단소송'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원활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다른 분야에도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소송 참여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본격적인 진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성 검사 결과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사례에 대한 발언들이 수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송 과정에서 생리대의 결함과 그로 인한 피해 사실을 개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고계현 사무총장은 "이전 사건들처럼 이번 생리대 사태 역시 위해성에 대한 것을 과학적·체계적으로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며 "식약처 같은 정부기관에서 신뢰성 있는 조사를 통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면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식 집단소송의 경우 소송이 제기되면 기업이 위해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우리의 경우 소비자 개인이 위해성을 입증해야 하니까 공적기관의 조사 발표를 일단 기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힘든 과정을 거쳐 기업의 잘못이 입증되더라도 그간의 사례를 보면 실제 배상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실제 피해액보다 더 큰 배상액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지만 이번 릴리안의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개정 제조물 책임법의 시행일이 내년 4월 하순이기 때문이다.

고 총장은 "설령 식약처에서 위해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와 소송에서 이겨도 가액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은 패키지로 구성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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