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회 제주 전국기능경기대회를 가다

'로봇을 내 몸처럼 다뤄라' 열띤 경쟁

2017-09-07 11:05:03 게재

모바일로보틱스 직종

20개교 36개팀 72명 참여

6일 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가운데 제주고등학교에서 3일간의 '모바일로보틱스' 직종 경기가 시작됐다. 전국 20개 고등학교를 대표해 출전한 36개팀 72명의 선수들은 전날부터 경기장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기 위해 장비·시설 등을 점검했다.
5일 52회 제주 전국기능경기대회 '모바일로보틱스' 직종 참가해 장비 점검 중인 경기 안산공업고 김건영(왼쪽), 정진영(여) 학생이 화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충북반도체고 김명래(19)군은 "최근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로봇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내용이 많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면서 로봇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로보틱스는 로봇을 제어하는 첨단기술 분야 경기로 로봇을 움직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원격조정으로 이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반도체·자동장비와 같은 자동화 기기나 지능형 청소기 등 스마트 가전, 폭발물 등 위험물 취급 등에 활용된다. 이 경기는 참가 학생들을 로봇공학기술자 로봇연구개발자로 육성하는게 목표다.

경기는 주어진 시간(5~20분)에 프로그램을 짜서 로봇 장애물 피하기, 원하는 위치로 퍽(둥근, 정육면체 상자) 움직이기, 퍽을 쳐서 떨어뜨리기 등 3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개인끼리 겨루는 직종과 달리 모바일로보틱스는 2인 1조로 경기한다. 한명이 로봇을 구동하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해 전달하면 다른 한명이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모바일로보틱스 경기 홍일점인 경기 안산공업고 정진영(18) 양은 "1년 선배가 파트너라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많이 알려준다"며 "훈련할 때 체력적인 소모가 심한데 그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승부욕도 대단했다. 대구 조일로봇고 손준혁(19)군은 "목표는 세가지 과제 모두 만점으로 완주해 적어도 은메달 이상을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반도체고 김 군은 "금메달이 목표다. 훈련하면서 경험했던 실수를 보완해서 무결점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정 양은 "학교를 졸업한 뒤 IT기업에 취업해 최근 뜨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제주에 처음으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로 1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고등학교 등 7곳에서 진행된다. 메카트로닉스, 모바일로보틱스 등 50개 종목에 17개 시·도에서 1901명이 출전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친형제가 선의의 경쟁을 벌여 이목을 끌었다. 청주공고 유환진(19)·환수군(18)의 경우 형은 올해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 동생은 동메달을 땄다. 또 통신망분배기술 직종에 참가한 제천디지털고 방대한(19)·정헌(18세) 형제도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상위 입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경북공고 김유민(19) 양은 전국기능경기대회 건축설계/컴퓨터지원설계(CAD) 종목의 유일한 여성 참가선수다. 건축설계/CAD는 주어진 기본계획 도면과 요구조건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작업을 완성해야 하는 종목이다.

재소자 참가도 눈에 띈다. 전국에서 25명이 용접과 가구, 냉동기술 등 13개 직종에 출전했다.

박순환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제주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높은 문화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여건으로 숙련기술의 혜택이 부족했다"며 "1966년부터 시작된 전국기능경기대회 역사상 최초로 제주에서 개최된 만큼, 도민과 도내 초·중·고생이 미래사회를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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