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처분 실효성 없어"

2017-09-11 10:46:31 게재

현장 실무자 지적 … "소년보호시설 교도소에 불과"

심각한 청소년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수위를 두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지만 실제 위기청소년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얘기는 소년법 폐지나 처벌 강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사회적 양육이라는 개념이 약한 우리 현실에서는 청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이 나오게 된 것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처분을 받는 청소년들은 이를 단지 형벌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소년법은 19세에 이르지 못한 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반적인 형사절차 외에 10가지 종류의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소년들이 사회에서 격리되는 처분은 소년보호시설 감호 위탁, 소년의료보호시설 위탁, 소년원 송치 등이다. 소년법은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1조)이라며 이들을 형벌과 구별 짓고 있다. 성인이라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는 범죄들을 청소년이 행한 경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한 것도 형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소년원이나 소년보호시설에서 지내는 것을 교도소에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여긴다.

경기 지역의 청소년쉼터에서 위기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한 실무자는 "소년원은 교도소와 달라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기술교육을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교육 내용도 헤어, 피부미용 이런 것만 있고, 제대로 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적 치료는 없다"며 "그냥 아이들을 가둬두는 것에 그치는 소년원이나 소년보호시설은 교도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그곳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미 처벌로 인식하고 있고 그냥 참다가 기간이 되면 나오는 것"이라며 "현재 이런 체계에선 소년법 폐지나 개정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위기청소년 쉼터에서 일하는 다른 실무자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청소년의 경우 처분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간 안에 어떻게 교육·교정을 진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에 마냥 반대는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청소년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라며 "청소년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진 교정이 있어야만 재범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경우 환경적 요인이 크다. 국가나 사회가 가정 대신 그들을 돌봐야 하는데 우리는 사회적 양육에 대한 책임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폭행 '사건'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아이들을 특정 사건 하나로만 재단한다면 변화는커녕 반발만 불러온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한 위기청소년 시설 종사자는 "가해 학생들도 맞은 경험, 폭력에 대한 경험이 있을 거다. 내가 맞았을 때는 아무도 말하지 않더니 나에게만 처벌이 가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한 시점을 보지만 아이들은 전체적인 경험에서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 폭력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그게 억울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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