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집단휴업, 급한 불은 껐지만

'회계감사'가 핵심, 불씨 여전히 남았다

2017-09-18 10:26:16 게재

한유총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감사 유예 요구 … 교육부 '폐쇄 조치' 강경대응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 휴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철회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회 이유에 대해 "교육부가 한유총을 유아교육정책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정책참여를 보장한 만큼 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휴업 철회에 대해 교육부가 '유치원폐쇄'라는 초강수로 대응한 전략이 유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 학부모들의 싸늘한 반응과 질책도 휴업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유총은 정부와 약속한 내용이 틀어질 경우 언제든지 집단휴업이 가능하다며 불씨를 남겨 논 상태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국공립유치원 확대 중단, 설립자 재산권 존중을 위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특히 사립유치원 감사를 일정 기간 유예하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압박해왔다.

그동안 사립유치원 회계부정은 전국 주요도시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감사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최근 경기도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감사에 나섰다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태에 직면한 상태다.

인사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휴업, 휴업 철회, 휴업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와 국민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한다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등 각종 비리는 전국에서 터졌고, 감사에 나선 교육청과 갈등은 빚었다. 정부에서 보조받은 지원금으로 부동산을 사거나 고급승용차 구입, 보험료 일반학원운영 등 원장 쌈짓돈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단체는 교육청 감사를 사유재산 침해라며 맞섰다.

지난 8월 충북도교육청의 경우 사립유치원 4곳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회계부정을 지적하고 징계를 받은 유치원에서 6500여만원을 회수조치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을 관리 감독할 인원과 전문성 부족으로 '감사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교육청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 소홀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집단휴업 강행과 철회를 반복한 한유총 내부 속내도 복잡하다.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뉜 한유총은 정부의 입장을 놓고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산권 관리 규정을 놓고 정부에 주문하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한해 2조331억 지원 = 지난 한해 정부는 2조331억원을 사립유치원 4291곳에 지원했다. 사립유치원 한 곳에 평균 4억7000만원 정도다. 학부모들에게서 받는 교육비는 제외된 액수다.

사립유치원 수는 국공립에 비해 월등히 많다. 전체 유치원 4곳 가운데 3곳이 사립이다.

전두환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크게 늘리면서 너도나도 유치원 사업에 뛰어 들었다. 1980년 861곳이던 사립유치원은 1987년에는 3233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관리 규정은 취약한 상태여서 갈등이 지속됐다. 사립유치원과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맞추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재인정부가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40%까지 올리겠다고 하자 사립유치원 단체는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사립유치원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는 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동안 '자신들의 재산은 지키고 정부 지원금은 내 맘대로 쓰겠다는 주장'에 학부모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분당구 한 학부모는 "사립유치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장사를 하고 있다"며 "막대한 정부예산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성명을 내고 "한유총의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는 1인당 월 98만원 지원하는데 비해 사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29만원(방과후 7만원 포함)만 지원'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산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번 집단 휴업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들이 재산을 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재무회계규칙을 바꿔 내년부터 시행하고, 이런 틀이 갖춰지기 전까지 감사를 유예해달라는 게 휴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가 한유총의 이러한 주장을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교육부는 한유총이 주문한 유아학비 지원금 단가 인상, 제2차 유아교육발전 계획 재논의 등 요구사항에 대해 성의 있게 답변했다"며 "집단휴업 참여 유치원에 대해서는 원장 등에게 직접 지원하는 재정지원금 환수 및 정원감축,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의 행정적·재정적 조치를 시·도 교육청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경대처 방침을 강조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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