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통킹만'? 북미대화 외엔 해법없다
2017-09-27 10:42:23 게재
윌터 핀커스, 론 폴 지적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에서 40년 동안 핵무기와 국제정치 전문기자를 지낸 윌터 핀커스는 27일 "미군의 위협이 1964년 '통킹만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핀커스는 2002년 퓰리처 국제보도 부문 수상자이며 현재는 '사이퍼브리프' 국제안보 분야 선임기자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당시 미국측 주장에 따르면 1964년 8월 2일 북베트남 어뢰정 3척이 통킹만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구축함 매덕스호를 향해 어뢰와 기관총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 미구축함은 즉각 대응해 1척을 격침하고 2척에는 타격을 가했다. 주변에서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던 항공모함 타이콘디로거호도 가세해 공세를 펼쳤다.
미국은 이 해상전투를 빌미로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했다. 같은 달 7일 미국 하원은 만장일치로 '통킹만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은 북베트남을 대대적으로 폭격했고 해병대를 상륙시켰다. 하지만 베트남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1995년 회고록에서 '이 전투는 미국의 자작극'이었음을 고백했다.
핀커스는 "미국 대통령은 도발적 행위가 실제 위기상황을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특히 현재는 북미 지도자간 살벌한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로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쪽의 우발적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중대 국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6~2013년 미국 텍사스주 하원의원을 지낸 론 폴은 26일 자신의 뉴스블로그에 '한반도 위기를 끝내는 법'이라는 글에서 "미국의 통킹만 자작극을 기억한다"며 "우리는 극도로 위험한 시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의회 대부분은 졸고 있거나 트럼프의 무력위협에 박수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북한은 수소폭탄을 태평양 상공에 터뜨리겠다고, 미국은 북한을 전멸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폴 전 의원은 "'북 지도자 김정은은 광인(madman)'이라고 말들을 한다. 네오콘들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등 군사적 목표로 삼은 모든 이들에게 했던 말과 동일하다. 주류 언론들은 네오콘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부추기는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국방비 지출 면에서 전 세계 10위권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지구를 여러 차례 전멸시킬 만큼 많은 수천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 임산부와 영유아를 돕기 위해 800만달러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결정한 것에 대해 폴 전 의원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조치"라며 "미국 등은 이에 분개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완벽한 봉쇄로 북 주민을 아사로 몰아 김정은 지도부를 전복시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인가" 반문했다.
결국 해답은 대화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간 평화협정과 관련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싫어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한국이 북한 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한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 진전을 중단한다'는 합리적인 제안을 했지만, 미국은 이를 비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위기를 해소하려면 △한반도에서 모든 미군이 철수하고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시행하는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남북이나 한반도 주변국간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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