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교통방해죄 잔혹사' 끝날까 … 집회참여자 처벌조항으로 악용

2017-09-27 11:03:51 게재

10년간 입건 건수 2배 … 광우병 때 수백명 입건

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정안 발의

집회.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일반교통방해죄가 이번에는 개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행위를 명확하게 해 집회.시위참가자 처벌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차단한 법안을 발의했다. 인권단체들은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박 의원실과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현행 형법 185조(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등을 불통하게 하거나 교통을 방해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적용하면 현장에서 연행할 수 없는 경우라도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면 무영장 체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악용 가능성이 지적돼 왔다.

실제로 박 의원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5년~2014년 10년간 일반교통방해죄 입건 건수가 2배로 늘었다. 박 의원실측은 “일반교통방해죄 입건된 사람들이 모두 집회시위 참가자는 아니겠지만 같은 기간 집시법 입건이 소폭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검경이) 집회.시위 참여자에게 집시법 대신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서선영 변호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단순 참가자들이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았고 현재도 세월호 집회 등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이 판결문을 수집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광우병 촛불집회 참여자 중 일반교통방해죄로 재판 받은 경우가 589명에 달했다.

서 변호사는 “판결문을 수집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받은 시민들은 더 많았을 것”이라면서 “최근 경찰과 검찰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와는 별도로 일반교통방해죄의 불명확성 때문에 집회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에서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단순 시위 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앞으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집회참여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 적용을 자제하라는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인 바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에서 처벌 행위를 △육로, 수로, 교량 손괴 △육로, 수로, 교량에 장해물을 설치 △교통로의 표지 그 밖의 부속물 손괴, 제거, 변경 △허위의 표지나 신호를 하는 것 등으로 명확히 해 집회·시위 참가자에게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 이런 행위를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6월에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반교통방해죄 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1953년 형법 제정시 도입된 후 벌금액수 상향말고는 개정된 적이 없는 일반교통방해죄 조항이 64년 만에 정비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 법원도 집회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데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석해 일반교통방해죄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1심,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모든 차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도로위에 머무른 집회 참가자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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