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것보다 한 곡이라도 즐겁게~

2017-10-19 23:44:06 게재

그레이스 J 맘스 앙상블

지난 화요일 오전 하우스콘서트홀 ‘살롱 드 파주’에 들어서자 은은한 현악기의 선율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선 연습실의 문을 열자 5명의 주부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의 고요함을 깨우는 여자들의 수다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부르는 듯 감미로운 현악기의 어울림. 화요일 오전마다 이곳에 모여 기분 좋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살롱 드 파주’ 조민주 부관장의 지도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오정희, 정미희, 최수진, 김덕임, 디바인씨로 구성된 ‘그레이스 J 맘스 앙상블’이다.


(좌로부터 조민주 원장, 오정희씨, 정미희씨, 최수진씨, 김덕임씨, 디바인씨)

아이들만 배울 것이 아니라 엄마도 배워봐?
‘그레이스 J 맘스 앙상블’은 ‘살롱 드 파주’의 부관장이자 ‘Grace J 음악학원’ 바이올린 원장인 조민주씨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의 엄마들이 주축이 됐다. ‘살롱 드 파주’는 1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자 음악회와 미술전시회를 동시에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독립문화공간으로 조민주 부관장의 언니인 바이올리니스트 조혜진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살롱 드 파주가 평일 오전 시간에는 비어있는 시간이 많아 공간 활용도 할 겸 아이들만 악기를 배울 것이 아니라 엄마들도 한 번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죠"라고 한다. 그렇게 ‘그레이스 J 맘스 앙상블’의 시작은 조 원장의 순수한 재능기부로 수강생들의 엄마인 오정희 정미희 최수진씨와 영어강사인 필리핀인 디바인씨, 조민주씨의 어머니 김덕임씨 등 5명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조 원장은 ”엄마들의 앙상블을 생각하게 된 것은 공간 활용의 의미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엄마들도 악기를 배우게 되면 아이들에게 연습 좀 해라, 좀 더 잘 연주해라 하는 잔소리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웃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죠“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목표는 ‘1곡이라도 즐겁고 재미있게’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악보도 볼 줄 모르고 바이올린을 잡는 방법조차 몰랐던 이들은 잘 하진 못하지만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한다. “처음 제가 아마추어 앙상블을 제안한 것도 능숙한 프로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었던 만큼 1곡부터 느리더라도 천천히 가는 것을 목표로 누구에게 보이고자 하는 연주가 아니라 서툴더라도 엄마도 할 수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엄마가 직접 배워보니 아이들을 이해하게 돼
아이들에게는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악기를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악기를 배워본 적 없는 엄마들이 어렵다는 현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을 알고 있다는 듯이 조 원장이 말을 이었다. “할 수 있어요. 저희 목표가 즐기자는 것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도를 나가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조 원장의 말에 “처음엔 모두들 하고 싶지만 악보도 볼 줄 모르는데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것도 어렵다는 현악기를 말예요. 제가 배우기 전엔 아이가 연습에 꾀를 피우거나 좀체 실력이 늘지 않을 때 야단부터 쳤어요. 그런데 요즘은 배워보니 실력이 그리 쉽게 쑥쑥 향상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아이를 이해하게 됐죠”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배우고 있는 곡은 ‘버터플라이 왈츠’, 아직 서툴지만 예전 학창시절 가졌던 음악에 대한 꿈을 풀어내는 요즘이 너무나 보람되고 행복하단다.  올 연말 쯤 ‘버터플라이 왈츠’를 완전히 익힌 후에는 발표회를 열어 가족들 앞에서 엄마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그레이스 J 맘스 앙상블. 엄마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https://bac.modoo.at(살롱 드 파주)

미니인터뷰
아이가 음악에 소질을 보여 처음엔 플롯을 배웠고 오케스트라활동도 했어요. 그러다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제가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함부로 연습을 강요하지 않게 되더라고요.(웃음). 아무것도 모르고 연습하라고 잔소리할 때와 지금은 제가 좀 알게 되니 아이에게 피드백도 좀 더 잘 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워요. (오정희씨)

저도 제가 막상 배워보니 이래서 힘들었구나 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게 됐어요. 지금은 엄마도 바이올린을 배우니까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지금 첫째, 둘째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콩쿠르에 나가 수상도 하고 제법 잘 해서 뿌듯해요. 아직 어려서 막내는 시작을 안했지만 나중에 가족이 함께 연주하는 것이 바람이에요. (정미희씨)

저희 아이는 이제 바이올린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 원장님이 바이올린 재능기부를 하신다고 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아요. (웃음) 아이가 연습할 때 왜 예쁜 소리가 안 나고 소리가 왜 그런지 이제 이해가 가요. 아이가 바이올린만큼은 선배라 제 소리를 들어주기도 하고 엄마와 공감대가 생기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최수진씨)

딸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기분? 행복하고 좋아요. 민주가 학창시절에 공부도 꽤 잘해 한의사가 됐으면 했는데 어릴 때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더니 바이올린을 놓지 않더라고요. 딸 셋이 음악을 전공했지만 우리 시절에는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됐는데 딸 덕분에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으니 뿌듯합니다. (김덕임씨)

저는 ‘살롱 드 파주’ 인근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와 딸 둘을 둔 엄마예요. 저도 조 원장이 재능기부를 한다기에 시간을 내어 배우게 됐는데 덕분에 음악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조 원장님이 좋은 재능을 나눠주셔서 감사하고 ‘버터플라이 왈츠’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디바인씨)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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