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되살아난 한강운하의 망령

2017-10-31 10:44:12 게재
오세훈 전 시장의 낙마와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한강운하가 다시 돌아왔다. 한강운하는 경인운하를 서울구간까지 확장하기 위한 사업인데, 2008년 MB정부 시절부터 보수 정당과 토건 진영이 꾸준히 추진해온 일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연 주승용 의원의 경인운하 관련 폭로다. 주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경인운하 개통 5년차(2015년 5월~2016년 5월) 화물 운송량은 애초 목표의 0.08%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내륙수로인 경인운하를 이용하지 않고 바다에 위치한 인천터미널만 이용한 화물 운송량을 포함해서 8.9%라고 자료를 부풀려왔다. 목표대비 9%도 참혹한 성과라지만 실상은 그의 1/10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동량 목표치 0.08%, 실패한 경인운하 확장하기

실패한 경인운하는 출구전략을 찾기보다 확장을 선택했다. 한강운하를 추진하는 이들의 가장 주요한 논리는 이렇다. 경인운하는 인천과 김포 구간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서울 한강구간으로 확장하지 못해서 망했다는 것이다. 이들보다 조금 더 이성적인(?) 경우는 경인운하는 실패했지만, 한강구간으로 확장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논리를 펼친다. 경인운하가 성공했다면 경인운하를 한강구간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기-승-전-한강운하'다.

경인운하를 만들고 이를 서울로 연장하려는 노력의 역사는 길다. 멀리는 조선시대부터 추진하려 했다는 기록도 있다. 건국 이후 여러 정권에서 끊임없이 추진했지만 번번히 경제성이 없어 무산됐다. 하지만 경인운하는 꾸준히 살아남아 결국 MB정부에서 한반도대운하 구상과 함께 본격 삽을 뜨게 된다.

2005년, 청계천 복원사업 완공을 앞두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설파하기 시작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도 한강운하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이후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도 한강운하 공약을 내세웠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보궐지방선거 당시 한강운하 일환으로 추진되던 양화대교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당선 이후에 다시는 이런 전시행정, 예산낭비사례가 서울시 행정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박원순 시장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한강 관광자원화 사업을 전격 합의하면서 한강운하를 되살려내고 말았다.

이처럼 한강운하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통합선착장 예산으로 상정되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 운하를 추진한다기보다, 운하가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접근을 시도하지 않으면, 정권을 막론하고 달리는 운하는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달리는 운하의 핸들을 꺾어야 한다.

운하의 핸들을 꺾고 강 개발의 환상을 털어내자

4대강사업은 우리에게 여러 교훈과 과제를 남겼다. 망가진 4대강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강종합개발'을 모델로 삼아온 우리나라 하천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댐을 만들어 강물을 가두고, 유람선을 띄우고 강변을 극도로 이용하며 자연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안녕을 고해야 하는 것이다.

경인운하는 이제 물류/여객 기능의 실패를 인정하고, 애초에 기획되었던 방수로와 친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재조정해서 추가적인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 한강 역시 개발사업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그동안 검토해온 신곡보 철거를 적극 추진해야 할 시기다.

이미 한강을 제외한 3대강은 하구복원을 향해 충실히 달려가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기능과 용도가 없는 댐 철거를 통한 적극적 하천 복원 정책이 기반을 잡은 지 오래다. 한강이 시대적 요구를 져버린 채 개발에만 치중한다면 그로 인한 후과는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질 것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순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