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영원한 권력'을 꿈꿨다

2017-11-03 11:50:35 게재

반기문 승계, 친위대 50석 '상왕' 프로젝트 가동

허술한 국정운영 납득돼

"이게 권력이냐. 나라를 운영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나." 박근혜정권 집권 4년의 비밀이 속속 풀리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

평범한 민간인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뜯어고쳤고 대통령을 앞세워 재벌을 갈취했다. 그들에게 주변의 시선이나 훗날은 안중에 없었다.

청와대 수석은 자신의 수첩에 대통령의 '불법지시'를 꼼꼼히 기록하고 잘 보관했다가 검찰에 '상납'했다. 수첩은 대통령 구속의 1등공신이 됐다.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통령·최순실과의 '은밀한 대화'를 녹음했다가 역시 검찰에 '상납'해 수사팀을 도왔다.

대통령 사람들이 왜 그런 '폭탄'을 만들고 보관했다가 자폭했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최측근 비서관들을 통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챙겼다는 진술이 나온 것도 충격적이다. 국가예산을 쌈짓돈처럼 쓴 중범죄인데, 대통령 수족들이 술술 불면서 금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정권 핵심인사들의 행보를 보면 국가를 운영한 사람들답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권력을 내려놓으면 '내가 다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대비하는 게 상식인데 그런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박근혜 청와대 출신 인사는 2일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권 핵심들은 야당이 약해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고 박근혜의 정치적 존재감이 영원할 것으로 자신하는 바람에 전대미문의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은닉할 생각조차 안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당시 청와대 회의를 하면 '야당 하는 꼴로 봐선 우리가 정권을 내놓을 일은 없다' '누가 됐든 재집권 할테니 걱정말라'는 얘기가 서슴없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는데도 '이대로 가면 된다'는 식이었다. 위기감이라곤 없었다"고 증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정권이 '영원한 권력'을 꿈꾼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신이 지명하고 키운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기고, 자신을 추종하는 원내세력을 만들어 영원불멸의 권력을 행사하는 '상왕'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친박인사는 "박 대통령은 영향력 있는 전직(대통령)을 원한다. 퇴임 이후에도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을 각별히 관리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 정치적 무게를 실어줬다. '반기문사람'을 청와대 요직에 앉혔다.

당시 친박인사는 "박 대통령은 원래 고시 패스(합격)하고 영어 잘하고 예의 깍듯하고 성실한 법관이나 외교관을 선호한다"며 "(박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반 총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측은 박근혜+반기문은 제2의 DJP연대 효과(TK+충청)를 내면서 대선에서 필승할 것으로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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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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