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근절, 이번에는 성공하자 ①
과도한 법인 권한 분산이 관건
2017-11-14 10:34:37 게재
'보여주기식' 정책보다 정교한 제도보완 시급 … "비리 방조자도 책임"
교육부는 13일 100억원대 회계부정을 비롯해 각종 사학비리 혐의로 중징계가 불가피하게 되자 '꼼수 사퇴'를 한 이인수 수원대 총장에 대해 "학교 이사회의 사표 수리는 무효"라고 밝혔다. 현행 사립학교법(사학법)은 임원취임승인 취소 또는 파면된 자는 5년, 해임된 자는 3년 동안 학교법인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파면이나 해임을 당하기 전 자진 사퇴를 해 버리면 이보다 낮은 '퇴직 불문'을 받는다. 이 총장은 이런 사립학교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려다 들통난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계는 '정권교체기마다 이뤄지는 보여주기식 감사로는 사학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대적인 감사를 받은 수원대와 두원공대의 비리문제가 제기된 것은 과거 정부때부터다. 비리유형도 그동안 문제가 됐던 다른 대학들과 사학들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부 회계감사를 강화하고 비리 임원의 복귀를 제한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비리로 물러난 종전이사의 정이사 추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현재 '사분위 정상화 심의원칙'을 통해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의 정상화 과정에서 종전이사(구재단)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주고 있다. 비리 정도가 심한 경우 추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적용된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사학분쟁위원회가 비리재단 복귀 통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상화 과정을 거친 대학 대부분이 사실상 구재단이 복귀했다. 교육부는 또 현재 5년인 비리로 해임된 임원(이사)의 복귀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는 사학법 개정도 추진한다. 업무상 횡령, 배임 등으로 300만원 이상 벌금을 받은지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임원이 될 수 없도록한 조항도 개정할 계획이다. 국가공무원법과 동일하게 '결격사유'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먼저 2007년 사립학교법 재개정으로 삭제된 부정·비리를 방조한 임원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제도의 부활을 요구하는 주장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사립학교법 체계를 갖추고 있는 타이완은 "학교법인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해 손실을 끼치는 경우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이사들은 그 손실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단 이사회에서 회의록이나 문장에 의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법인이사회 인적구성의 민주화를 통한 사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친인척들이 법인이사는 물론 총장·교장과 교직원 자리를 차치해 사학을 사유화함으로서 비리가 발생하기 손쉬운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임원의 친·인척 비율을 줄여 부정·비리 발생의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며 "공익법인의 경우 임원간 친·인척 비율이 1/5임을 감안할때 사학법인도 이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 정수의 2/3가 찬성하고 관할청이 승인하면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또는 그 배우자를 학교의 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사유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또 "이와 더불어 법인 사무국과 대학 내 교직원 친·인척 근무제한 조항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법인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킬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법인을 견제할 내부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사행정에 대해서는 총장이나 학교장의 권한을 형식상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가 갖고 있는 교원 인사권만으로도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힌편 교육부는 최근 부총리 직속으로 사학혁신위원회와 사학혁신추진단을 꾸렸다. 실무기구인 추진단은 사학발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사학비리 조사·감사 TF로 구성됐다. 건전한 사립대에는 행·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비리사학은 엄정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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