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평가 "부실한 성적표는 어디?"
2017-11-22 10:38:42 게재
교육부 '우수' 정책만 공개 … 경북교육청 모든 항목서 '우수' 대구·부산이 뒤이어
22일 교육부가 밝힌 '2017년 시도교육청 평가결과'에 따른 일부 교육청들의 지적이다. 평가결과가 공개되자 결과보다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들의 부실 성적표는 자취를 감췄다"며 "내년 선거를 의식해 비리교육감, 부실정책 등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시도교육청들이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둬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개혁과 혁신은 교원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하고 추진해야 가능하다"는 게 앞서 추진한 교육청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이끌어갈 주체는 50만 교원들이기 때문이다. 교실수업개선과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 교원들이 '쌍코피가 터져야한다'는 과정을 겪어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청은 말로만 혁신을 외쳤다는 게 교육전문가 집단의 평가다.
최근 전국적으로 '여중생학폭 사건'이 터졌지만, 부산교육감을 제외한 모든 관련 교육감들은 입을 다물었다. '돈 되고 표되는' 정책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난과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이번 평가에서 여중생 폭력과 자살 등 학교폭력 사건이 잦은 교육청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취임 후 지방사무에 대해서 '자체평가'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도교육청들이 자신의 허물을 감출 수 있도록 '셀프평가' 권한을 줬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시도교육청 평가는 책무성 확보와 교육청별 우수 사례를 공유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는 게 취지다. 하지만 평가 지표가 정권 입맛에 따라 달라진다면 학교현장에서 받는 중압감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교육부, "평가방식 개선할 것"= 평가결과 기초학력 향상과 학업중단 예방, 인성교육 중심의 '학교교육내실화' 영역에서 대구, 부산, 울산, 경북 , 제주, 충북교육청이 '우수' 성적표를 받았다.
'학교폭력 학생위험제로환경조성' 영역에서는 대구, 대전, 울산, 경북, 전남, 충남교육청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
경북교육청은 7개 항목에서 모두 '우수'를 받았다. 대구교육청과 부산교육청이 6개 항목을, 수도권교육청인 서울, 경기, 인천은 각각 1개 항목에만 이름을 올렸다.
강원, 세종, 경남교육청은 단 한곳에서도 '우수'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성적표가 부실한 교육청에는 특색 있는 항목을 만들어 후한 대접을 해준 노력이 역력했다. 전남교육청에는 '산·학·관이 함께하는 행복한 직업교육' 항목에, 대전은 '교육가족 행복을 위한 에듀힐링 프로젝트'항목에 '우수' 점수를 줬다. 사실상 3곳을 제외한 모든 교육청이 "우리교육청이 '우수' 성적표를 받았다"고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 항목을 7개 영역으로 구분해 추진했다.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 자체평가를 도입하고, 교육부 주관 평가는 국가위임사무 및 국정과제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시·도의 교육여건이 다른 점을 고려해 시도를 나눠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평가영역별 우수 교육청'만 공개했다. 어느 교육청이 부실한지, 어느 항목에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 없도록 했다.
'우수'성적표를 받지 못한 교육청을 부실운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막대한 국민세금을 투입해 1년 동안 추진한 각종 교육정책이 올바르게 진행됐는지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를 계기로 시도교육청과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2018년 평가를 전면 개선할 것"이라면서 "시도교육청들의 부실한 성적표는 만들지 않았고, 부족한 내용은 개별 교육청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충청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정문에 '2017년 시도교육청 평가 우수'라는 대형 현수막만 걸면 된다. 어느 분야에서 우수성적표를 받았는지는 알릴 필요가 없다"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시도교육청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행복교육 정책'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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