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구조재 내진설계 기준 보완해야

2017-12-15 10:53:34 게재
김영래 한국점토벽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정주택과 함께 학교건물의 피해가 유난히 많아 대입수험생들의 안전을 우려한 교육부는 시험 하루 전날밤 수능을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생겼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건축물 축조 과정에는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이 중 단독주택과 학교건물에서 가장 흔하게 쓰인 건축 재료는 단연 점토벽돌이다. 점토벽돌은 흙을 원료로 만들었기에 사람과 친숙하면서 손쉽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힘을 받는 구조재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치장 효과도 있다.

구조벽과 점토벽돌 고정하는 보강재 필요

건축물 외벽에서 벽돌이 떨어져 나간 한동대학교 지진피해 건물이 유독 언론에 많이 보도되면서 점토벽돌 건축물은 지진에 취약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세간의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구조재로 사용되는 점토벽돌은 구조벽과 벽돌을 시멘트 모르타르로 접합함으로써 벽면이 탈락되거나 무너지는 현상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점토벽돌로 지어진 유럽의 성당과 고층건물들이 수백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답고 튼튼하여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한동대학교 건물은 진앙지와 가까운 탓도 있지만 건물외벽에 치장한 벽돌이 탈락 또는 균열이 가는 등 비구조재가 탈락하면서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벽돌이 통째로 무너진 건물은 약 30년 전에 완공된 건물로 지진에 대비하지 않고 구조벽과 벽돌을 철선을 이용하여 불규칙적으로 연결하였는데 지진 충격으로 인해 약한 철선이 부식돼 구조벽과 벽돌을 잡아주는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점토벽돌은 건축물의 구조재보다 외벽 치장재의 용도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경우 콘크리트구조물과 단열재 그리고 외벽에만 점토벽돌 쌓기로 마감함에 따라 콘크리트 구조물과 점토벽돌의 공간이 15∼20㎝에 달한다.

빈공간은 단열과 열교차단, 공기회전 등의 역할을 하게 되지만 점토벽돌로 외장을 마감하게 될 경우 지진 발생 등을 대비해 구조벽과 점토벽돌을 고정해주는 보강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점토벽돌을 소재로 한 건축물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점토벽돌업계에서는 구조벽과 벽돌을 연결하는 보강재의 재질을 개선하고 하중 풍향 수축 등 구조계산을 통해 부식되지 않는 보강철물 사용으로 안정성을 강화해 20층 이상의 건물까지도 점토벽돌로 치장을 마감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에 미적 효과를 주기 위해 통유리를 사용하는 건물이 많은데, 점토벽돌을 사용하면 미적효과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자재라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업계의 자정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

자재별 내진기준 표준시방서에 규정하자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 하에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는 1988년 의무화되었고 비구조재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은 2005년에 의무화되었다. 지금도 비구조재는 볼트나 용접 또는 이에 준하는 접합작업을 통해 건축물에 부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과 설계가 명확하지 않고, 제대로 된 관리 감독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구조재의 특성을 고려한 자재별 내진기준을 표준시방서에 규정함은 물론, 철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점토벽돌 건축물의 경우 현장 업무 수행능력 향상과 조적 기능공 부족현상 해소를 위한 체계적인 양성교육과 함께 조적 기능공의 처우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래 한국점토벽돌산업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