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9호선 증차 계획 '현실성 없다' 논란

2017-12-26 10:51:18 게재

서울시 개선안 발표, 내년 6월까지 혼잡도 전면개선

노조 "예비주행·시운전 등에 11개월 소요, 불가능" 주장

서울시가 내놓은 지하철 9호선 증차 계획이 '땜질 처방' 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차가 이뤄지려면 차량 입고부터 테스트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 계획에는 그에 대한 고려가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진행됐어야 할 기존 반입 차량 시운전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9호선 혼잡도 개선이 한참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9호선 증차 계획을 공개했다. 파업이 끝난 지난 12월 5일 발표한 1차 계획을 보완한 수정안이다. 계획안 요지는 현행 4량 40편성인 9호선 차량을 내년 6월까진 45편성으로 늘린 뒤 내년 연말까지 모든 편성을 6량으로 바꾸고 운행 횟수도 49편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계획대로 실행되면 내년 연말 9호선 혼잡도는 전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시의 계획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호선 1단계 노조는 현장 상황을 감안해 시가 내놓은 계획안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의 증차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급조된 안"이라며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9호선 혼잡도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증차 계획의 비현실성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노조는 9호선의 현재 선로 여건과 운행 상황을 감안할 때 차량 입고에서 실제 운행까지 테스트 절차에 최소 8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법에서는 지하철 안전 운행을 위한 시험 단계를 예비주행 2주, 완성차 시험 3주, 본선 시운전 2주 등 시험 단계별로 규정하고 있다. 예비주행의 경우 1000km 이상 주행이 의무화돼 있는 등 규정이 엄격하다. 더구나 본선 시운전은 지하철 본 구간에서 실시한다.

9호선 기관사에 따르면 정상 운행 중엔 시험 주행 열차가 돌 수 있는 건 2번 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운행 종료 후 야간에 최대한 돌려도 시가 제시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량 반입 상황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시는 내년 6월까지 증차를 통해 총 열차 대수를 214량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테스트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증차 차량들은 이미 시운전에 돌입했어야 한다. 하지만 노조가 회사와 기관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차량 입고 상황은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며 기존 차량에 대한 시운전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시 계획대로 되려면 늦어도 내년 1월에는 56량이 더 들어와서 시험 운전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운영 계획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혼잡도 개선을 위한 응급 방편으로 내년 1월부터 3개 열차를 6량으로 증량하고 출퇴근 시간 8회, 그 외 시간 36회 등 총 52회로 운행 횟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열차수만 늘렸을 뿐 정작 가장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차량 배치라는 지적이다. 9호선 출퇴근 시간 혼잡도는 170~190%에 달하지만 이 시간을 제외하면 혼잡도가 100%를 조금 넘을 정도로 양호하다.

노조와 전문가들은 시와 9호선 운영사가 증차 계획을 세우고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인력 충원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노조에 따르면 시운전을 하려면 1편성(4량 혹은 6량으로 연결 열차 한 묶음)당 최소 4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시는 내년 6월까지 현행 40편성을 45편성으로 늘리고 내년 연말까지는 49편성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6월 증차를 위해서 20명, 내년 연말 증차에는 36명이 더 필요한 셈이지만 시와 회사는 이렇다할 계획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한 철도 전문가는 "만약 시간을 맞추기 위해 법에서 정한 시험 단계와 과정을 건너 뛰거나 의무 주행 거리를 단축한다면 지하철 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노조의 주장이 일방적이라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인력 충원 문제 때문에 증차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12월 30일 6량 3편성 증차로 기관사 1인당 운행 시간이 14분 단축되고 수송량도 대폭 늘어나는 등 상황이 많이 호전될 것"이라며 "증차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노조의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운전 등 주행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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