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가 답인가?

2017-12-27 10:57:52 게재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 교육학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의 상당 부분은 친구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나 실수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정의는 이러한 학교폭력의 다양한 양상과 수준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여러 학교폭력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 2월 6일에 발표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정책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조치 결정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들의 결과에 의하면 학생, 학부모, 교원의 과반수가 학생부 기재에 대해 꾸준히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부 기재 정책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예방적 효과가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조치 학생부에 기재하는 현행 제도 개선해야

고의적이고 지속적이며 심각한 학교폭력에 대해 엄격하게 조치하고 재발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장난이나 일상적인 다툼의 경우에도 자치위원회에 회부되고 이로 인해 오히려 교우관계가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경미한 사안이라도 자치위원회에서 조치가 결정되고 학생부에 기재되는 순간, 해당 가해학생에게는 낙인이 찍히고, 이러한 낙인은 오랜 기간 상처로 남는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부 기재로 인해 원하는 상급학교 진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민원, 분쟁, 재심, 그리고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이어서 진행되는 학교의 행정절차와 조치가 복잡하고 민원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학교폭력 담당 교사들의 피로감도 크다.

이제 학교폭력의 수준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친구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나 우발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학교장의 책임 아래 화해와 관계 회복 중심으로 교육적인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학교폭력에 대해 자치위원회를 통해 조치를 결정하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장 종결 사안의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객관적으로 보아 심각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치위원회를 통해 조치가 이루어지더라도 가해학생이 교육과 봉사활동 등을 통해 충분히 반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조치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현행 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자치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과 재심제도의 합리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교우관계 회복하고 변화할 수 있는 지원 필요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와 회복을 위한 지원이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피해학생을 위한 기관과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맞춤형 지원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고려가 좀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또한 가해학생에게는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우관계를 회복하고 변화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언론에 등장하는 학교폭력 사건들은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저연령화되고 흉포화되는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엄정한 조치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기 쉽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경찰에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다루어져야 할 심각한 사건과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사안을 구분하고 관리하는 맞춤형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 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