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선 유치경쟁에 서울시 '곤혹'

2018-01-03 11:19:07 게재

지하철 5호선 연장놓고 김포-고양 혈투

건설폐기물 처리장 이전 새 쟁점 부상

서울시가 김포시와 고양시의 지하철 5호선 유치 경쟁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는 각각의 경제성을 가늠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소문이 나도는 등 과열 혼탁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5호선 연장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이달 7일로 예정됐던 5호선 방화 차량기지 이전 및 부지활용방안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한참 뒤인 6월로 미뤘다. 차량기지 이전과 5호선 연장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므로 용역 기간 연장은 5호선 연장 지역 확정을 뒤로 미룬 것과 마찬가지다. 5호선 연장 지역 결정은 서울시의 건의·신청을 거쳐 국토부가 최종 승인하게 돼있다. 승인권은 국토부에 있지만 신청 단계에서 경제성 분석 등 충분한 사전 조사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시의 입김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를 위해 용역 기간을 연장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안팎에선 두 도시 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결과 발표가 조심스러워진 시의 입장이 반영된 탓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용역 결과 발표가 특별한 이유없이 연기되자 소문이 뒤를 이었다.

국회 주변에선 5호선 연장선은 이미 고양으로 결정됐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가 고양시이기 때문에 이미 끝난 게임이라는 것이다. 소문을 접한 김포시는 발칵 뒤집혔다. 김포시는 5호선 연장선 유치를 위해 시장, 국회의원에 시·도의원까지 합세한 선출직공직자협의회를 구성, 5호선 김포 연장에 주력해왔다. 지난달에는 도 차원의 특위까지 구성했다.

서울시는 두 도시의 경쟁에 곤혹스런 모습이다. 애초부터 적극적이었다는 이유로 김포 편을 들 수도 없고 고양시로 정하자니 중앙부처와 유착설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차량기지 이전이 논의되던 처음부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서울시 저격수로 이름을 날리던 지역 출신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은 5호선 연장선 유치를 위해 모든 공격을 접었고 유치 실패 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치 생명까지 걸었다.

고양시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각종 회의를 통해 유치 의지를 전하는 한편 시민 모임도 꾸려질 태세다. 서울시와 만남도 가졌다. 민경선 (민주당·고양3) 도의원은 지난 1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5호선 고양시 연장 문제를 논의했다. 민 의원은 국회 정재호 의원(민주당·고양을) 비서관과 함께 김종욱 부시장을 만나 "서울시의 강서구 5호선 방화 차량기지 이전지로 고양시를 적극 검토할 것을 부탁한다"며 "경의선, KTX(행신역), 3호선(지축역), 신분당선(삼송역), GTX(대곡역)와 연계가 가능해 고양과 서울 시민 간 상생 교류에 최적지"라고 건의했다.

서울시가 과열 자초하기도 = 5호선 유치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것은 서울시가 자초한 바도 크다. 서울시는 지난달 5호선 연장선을 유치하려면 방화동 차량기지 이전과 인근에 위치한 건설폐기물처리장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조건을 변경했다. 혐오 시설로 분류된 건폐장 이전은 지난한 주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서울시는 "당초 개발 계획과 용역 내용에 이미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차량기지와 건폐장이 동시에 이전해야 빈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건폐장 이전은 전에 없던 조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차량기지 이전은 가능하지만 기존 혐오 시설들에 대한 민원도 폭주하는 마당에 건폐장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포시는 고양에 비해 기지와 건폐장 이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또다른 지역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시는 인근 경기도 지역으로 방화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하면서 5호선 연장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전 부지, 향후 개발 및 교통 수요 등이 함께 검토되면서 김포시와 고양시가 주요 후보지로 부상했고 두 도시는 각자 5호선 연장선 유치를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여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중점으로 타당성 조사를 실시 중이며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지역을 선정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지표 외에 어떤 외부 요인도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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