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목소리 구정에

2018-01-05 10:54:25 게재

강동구 신년 주민간담회

아동·청소년 41명 참석

"아동의 참여권 확대를 위해 청소년의회 투표소로 각 동주민센터를 쓰게 해주세요."

"우리 지역 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역 신문을 만들고 싶어요. 구청에서 지원해줄 수 있나요?"

지난해 강동구 신년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이해식 구청장에게 제출한 제안들이다. 중학생 대표단이 제안한 두 의견은 올해 모두 반영됐다. 구청과 아트센터 두 곳 뿐이던 투표소는 전체 동주민센터로 확대됐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신문 제작 예산도 지원, 지난 연말 첫 호가 만들어졌다.

서울 강동구가 구 행정에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강동구는 신년을 맞아 8일부터 23일까지 18개 동주민센터를 모두 순회하는 주민간담회를 개최하며 이 자리에 아동구정참여단, 청소년의회 대표 등 지역의 아동·청소년 대표 41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구는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구정에 담기 위해 지난해부터 아동·청소년 대표들의 간담회 참여를 시작했다.

9~18세 아동·청소년들 중 공개 모집으로 26명의 아동구정참여단을 꾸렸다. 청소년의회는 청소년들의 직접 선거로 뽑은 30명의 청소년의원들로 구성했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아동·청소년의 의견을 구정에 반영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을 전했다. 아이들이 무슨 구정을 알겠냐는 것. 하지만 어른들의 우려는 기우였다. 간담회에 나선 아동·청소년들은 15건의 건의사항을 제출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장민지 학생은 "단순한 학력인증이나 형식적인 진로교육 외에 자유롭고 실제적인 배움공간이 있는 학교밖 지원 사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소년의회에서 활동하는 맹경도 학생은 "문제풀이 능력이 아닌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구청과 교육청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장애아동과 청소년복지 관련 구청의 사업내용을 묻기도 했다. 교내 상담선생님의 강압적 상담으로 상처 입은 친구들이 많다며 개선도 요청했다. 청소년의회 활동이 교외활동으로 분류돼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는 학생은 물론 어른들의 공감도 얻었다. 청소년의 참여 확대와 동기부여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앞다퉈 나왔다. 학생들 제안 이후 구청 담당자가 교육청을 만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현재로선 기존 방침 때문에 등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청소년의회에서 활동중인 한 학생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중 청소년의회가 있는 곳이 9군데에 달한다. 청소년의회는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활동이다. 이 학생은 "의회들이 힘을 합쳐 공동 문제제기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간담회에 참석하는 허 민(아동구정참여단장·18) 학생은 "올해는 길동에 있는 아동자치센터(꿈미소)가 애초 취지와 달리 제대로 이용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얘기하려 한다"며 "투표소 확대, 신문 발간처럼 우리 의견이 실제 반영되는 모습에 보람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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