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진보강공사, 매뉴얼 시급

2018-01-11 10:43:38 게재

경북 포항 등 지진위험지역 예산 먼저 배정 … 2024년까지 매년 1700억 투입

정부가 지진위험 학교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공사를 앞당긴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진이 발생했던 포항을 비롯한 영남지역 초중고를 중심으로 2024년까지 연 1700억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진 발생 … 운동장으로 대피한 학생들│지난해 11월 15일 오후 대구시 동구 봉무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 2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따라서 전국 학교에 지진대비 내진보강공사비로 총 4조2500억원이 소요된다.

교육부는 10일 내진보강을 위해 재해특별교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진보강 완료 기간은 2034년에서 2024년으로 10년 당겨진다. 예산이 추가로 지원되는 곳은 지난해 지진이 발생한 경북포항을 비롯해, 경남 대구 울산 부산 지역 유초중고 건물 6133개동이 대상이다. 또한, 국립대학과 부설학교에도 올해부터 5년간 매년 국비 1000억원을 내진보강비로 지원한다. 당초 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하지만, 교육시설 보강공사에 앞서 정확한 공사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육시설에 대한 내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건물에 대한 현장조사나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예산투자'를 앞서 확정했다.

지진위험지역(영남권) 이외의 지역도 앞으로 7년간 매년 1800억원, 2025년부터 5년간 매년 3600억원을 투자해 내진보강 완료 시기를 5년 단축해 2029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시설 내진보강 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제도 개선과 매뉴얼 개발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학교시설내진설계기준'을 개정하고, '학교시설 내진성능 평가 및 보강매뉴얼' 개발 추진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한 중학교 교장은 "내진보강 완료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정확한 공사 기준과 대상 시설도 시급하게 확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진이 새벽에 발생하면? = 학교 교육시설 보강공사 뿐 아니라, 지진에 대비하는 훈련도 현실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지진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진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의견이나 지난해 포항지진이 발생한 11월15일을 '지진 안전의 날'로 지정해 전 국민적 훈련의 계기로 활용하자는 제안 등이 그것이다. 실제 대구 경북지역은 포항지진 발생 후 지역 상황에 맞는 세대별 맞춤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3월부터 23개 시·군에서 읍면동 단위별로 주민대피훈련 등 현장·체험중심 순회교육을 최소 3회씩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 지진을 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피훈련 매뉴얼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대구지역 모든 교사는 15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유아교육진흥원, 팔공산수련원, 낙동강수련원, 해양수련원 등 학교 급별 수련시설에 144억 원을 들여 안전체험시설을 구축한다. 유초중고 학교급별 수련시설과 연계한 안전체험시설 모형은 대구지역이 전국 최초다. 재난대피시설로 지정된 학교강당 99동은 주민들의 실내 대피장소로 활용한다.

무조건 가방을 머리위에 얹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거나, 책상 아래로 들어가는 초보적인 대피훈련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대구 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의 경우 실제 지진 강도를 느낄 수 있다. 내진설계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에서 지진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만 학생, 공무원, 가족 단위 시민 등 12만4000여명이 다녀갔다.

일선 교사들은 시설물 보강 뿐 아니라, 지진 등 안전에 관한 종합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진강도가 높을 경우 단전, 단수,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스스로 안전대피 지도를 만들게 하고, 야간에도 대피훈련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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