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공적기관 담당으로 제도 변경"
2018-01-16 11:00:14 게재
국회 정책토론회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 민간에 맡긴 법·제도가 원인"
먼저 미혼모가 온전히 양육할 수 있는 복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친모의 선택 아닌 선택에 의해 입양원에 보내졌지만 입양 자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가정에 아이는 보내졌다. 학대로 응급실에 실려 왔지만 양부모와 친분이 있는 의사가 '그럴 부모가 아니다'라는 잘못된 증언을 했고, 경찰은 그 말을 믿었다. 그 과정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은비의 편에 서서 적극적인 보호활동을 하지 않았다.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 등을 방지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관리주체를 민간입양기관에서 공적기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민주당·서울송파구병)은 1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대구와 포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진상조사와 제도 개선 활동을 통해 입양과 아동학대 예방제도를 개선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미혼모 지원과 원가정 보호, 입양업무를 정부가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입양에서의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도 입양특례법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입양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로 "공적 당국 중심의 입양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2013년 5월 25일 서명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서는 입양에 있어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입양을 공적 당국에서 관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민간 중심이다.
또한 입양부모교육 개선이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8시간 강의 방식의 부모교육이 입양기관에 일임돼 있다. 이를 복지부나 중앙입양원에서 구체적인 교육안을 마련하고 소규모 단위의 참여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나아가 입양 절차 진행 중, 아동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경우 친생부모에게 알리는 제도를 마련할 것 등이 주문했다.
발제자로 나선 소라미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도 "민간기관이 주도하는 입양절차에 대대적인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입양 신청, 상담, 교육, 입양적격심사 등에서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 법원이 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 변호사는 "대구 사건의 형사재판에서 입양기관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입양부모의 편에 서서 모든 의학적 증거가 양부모의 협의를 입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담당 재판장은 아동의 법적 보호자인 입양기관장이 어째서 아동학대 혐의자의 편을 드느냐 반문할 정도였다"고 입양제도에서의 공적개입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입양을 관장하는 법이 민법과 입양특례법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민법 입양절차에서는 입양부모에 대한 사전 교육과 검증, 사후관리 절차가 부재한 점도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2016년 10월 입양아동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포천사건의 양부는 10여개의 전과가 있었다.
이에 소 변호사는 "아동의 이익을 위해할 우려가 적은 성인에 대한 입양과 재혼가정 내 입양, 3촌 이내 혈족 내 입양의 경우에는 민법상 일반 절차로 입양절차를 마무리 짓고, 가족 외 이뤄지는 18세 미만 입양의 경우 입양 신청단계부터 입양 허가시까지 모든 과정에 공적 개입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희 탁틴내일 이사장은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왔던 노르웨이 청년이 고독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시민권이 없어 한국으로 추방됐던 입양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리고 과감하게 해외 입양을 중단하겠다는 인도 정부와 에디오피아의 기사도 접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양과정에서 아동인권이 침해되지 않게 법과 제도가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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