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통속도, 마침내 바닥치고 반등?

2018-02-09 11:10:56 게재

인플레이션 촉발 가능성 ↑ … 제로헷지 "연준 선제대응 이미 늦었다"

10년 가까이 잠자던 '숲속의 공주'가 마침내 깨어났다. 온라인매체 '제로헷지닷컴'은 8일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수 있는 최대변수, 달러 유통속도가 반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달러 유통속도의 둔화는 '연준 정책의 실패'라는 맥락에서 자주 등장했다. 화폐수량설의 공식 'MV = PQ'에 기초하면, 돈의 유통속도(V)가 둔화되는 한 사실상 인플레이션(P)이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이 등식에서 M은 화폐공급량을, Q는 총생산량을 나타낸다. PQ는 쉽게 설명하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은 2014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MV = PQ 공식에 기반하면, 화폐 유통속도(V)가 일정하다고 했을 때 화폐 공급량(M)을 총생산량 성장(Q)보다 빠르게 늘리면 물가 수준(인플레이션, P)이 올라야 한다. 이에 따르면 2008~2013년 통화 공급량은 연평균 33% 올랐고, 총생산량은 2% 바로 밑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연 평균 인플레이션은 31%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은 2%에 못 미쳤다. 왜일까. 그건 바로 화폐 유통속도와 관련이 있다.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 화폐 유통속도가 급감한다면, 통화 공급량 증대 효과를 상쇄하고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을 낳을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014년 상반기 기준 본원통화의 유통속도는 4.4로, 역사상 가장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본원통화 1달러가 경제 내에서 4.4번 순환하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엔 17.2번 회전했다.

이는 연준이 대규모 양적완화(QE)를 통해 전례없이 본원통화를 주입했지만, 결국 그에 따라 명목 GDP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걸 의미한다. 즉, 막대한 통화 주입을 상쇄할 정도로 화폐 유통속도가 급감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P)이든 총생산(Q)이든 명목 GDP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 왜 그같은 상황이 발생했을까.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경제주체들이 돈을 소비하기보다 축장하려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전례없는 화폐 보유욕구가 유통속도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로헷지는 "미국의 저축률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같은 설명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연준이 새롭게 찍어낸 돈은 소비나 저축으로 가는 대신 월가 투자자산으로 즉각 전환됐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같은 돈에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1% 부유층이 특히 그랬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자산규모와 S&P500지수가 왜 동일한 추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해답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제 지난 10년 동안 둔화되던 화폐 유통속도가 기지개를 펴고 반등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상황도 절묘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실물경제를 살린다며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수조달러를 투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선제대응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제로헷지는 "최근 취임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며 "1980년대 초 볼커 전 의장처럼 가파른 금리인상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크다. 제로헷지는 "화폐 유통속도의 추세 전환은 매우 굼뜨기 때문"이라며 "연준은 오래 전 긴축으로 돌아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일단 돈이 자본시장에서 빠져나와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치솟을지 가늠하긴 어렵다. 따라서 연준이 어느 정도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도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확실한 한 가지는 그같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충격은 막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제로헷지는 "월가 투자자들 대다수는 신용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들이 최근 꼽은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라며 "두 달 전만 해도 '지정학 리스크'가 최대 위협이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이 확실시되는 현재,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벌벌 떨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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