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원산지위반 잡기 어려워

2018-03-13 11:06:24 게재

안심유통기반 취약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산 수산물을 국내산으로 속고 소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산지위반 여부를 단속할 기구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 8개현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최근 국제무역기구(WTO) 재판에서 패소했다.

12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산물 원산물 위반 여부를 단속하는 전담 인력은 2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원산지표시 대상업소 85만9000곳을 조사하고 있는데, 지도·단속 비율은 연 11.2%에 그쳤다. 10년에 한 번꼴로 조사하는 꼴이다. 20명이 226개 기초단체를 관리하는데, 1인당 평균 13개 시·군·구를 관리해야 한다. 서울에는 원산지표시 대상업소가 13만5496곳이지만 단속인원은 2명에 불과하다.

이는 농산물에 대한 원산지단속 인력에 비해도 현저히 적다.

농산물에 대한 원산지위반 단속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는 250명 전담인력이 있다.

농관원은 농산물원산지표시대상 업소 134만곳을 단속하고 있다. 지도·단속 비율은 연 20% 수준으로 5년에 한 번 꼴로 전체 업소를 조사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성인 1023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3%, 일본산 수산물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응답은 79.2%에 달하고 있지만 유통단계에서 일본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판매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수입수산물 중 일본산을 둔갑판매하다 단속된 건수는 모두 59건에 그쳤다.

수산물 원산지표시는 1993년 관련 법 제정 이후 몇 차례 제도개선을 거치며 강화돼 왔다. 넙치 조피볼락 참돔 낙지 미꾸라지 뱀장어 명태 고등어 갈치 참조기 오징어 꽃게 등 12개 어종은 음식점에서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한편, 지난달 23일 시민단체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일본 정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패소 판정을 내린 WTO를 규탄한다"며 "WTO가 일본 수산물 수입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 대만 러시아 등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입 제한 조치를 함에도 일본이 우리나라만 제소한 것은 한국 정부의 무능한 대응 능력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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