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시 외국인 이탈 우려"

2018-05-11 11:00:39 게재

국회 예산정책처

월평균 2조7천억원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p 이상 높아지면 외국계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50~1.75%로 인상하면서 한국(1.5%)보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1일 발표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00bp(1bp=0.01%p)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월평균 2조7000억원 이탈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때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등 2차례 있었다. 보고서는 특히 두 사례 가운데 최근과 경제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받는 두번째 기간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첫번째 시기는 한국의 외환위기 때로 국내 경제가 어려웠고, 기준금리 제도를 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금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두번째 시기는 한국과 미국 경제가 모두 성장세를 유지하고, 주가도 두 나라 모두 상승하는 등 현재와 비슷했다.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년간 지속한 한미간 금리역전기에도 세부적으로 기간을 나눠볼 수 있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가 0.25~0.5%p이던 2005년 8월~12월까지 다섯달 동안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4조4000억원 빠져나가 월평균 9000억원이 유출됐다. 이 기간 코스피는 오히려 24.1% 상승했다.

그러다 2006년 5월부터 7월까지 기준금리 차이가 1.0%p로 확대되면서 파급력이 커졌다. 이 3개월 동안 증권과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8조2000억원에 달했다. 월평균 2조7000억원이 유출된 셈인데, 양국간 기준금리 차이가 0.5%p 이하 때보다 3배가 늘어났다. 코스피도 8.6% 하락했다.

다만 지난 3월이후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이후 상황은 아직 금융시장에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총 3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0일 종가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0.3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장은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차례, 미국은 3회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보고서는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주식시장에 대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양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위기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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