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다산목민대상 대상(대통령상)│서울 은평구

주민참여형 도시재생1호 '산새마을'

2018-05-14 10:24:19 게재

건설업체 아닌 주민 중심 마을 … 예산 편성부터 집행·평가 주민이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은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 1호라고 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산새마을 현장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1960년대부터 수재민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서울 은평구 봉산자락 '산새마을'. 30년간 개 사육장으로 사용되던 동네 공터에 각종 쓰레기와 오물이 쌓이고 주민들은 악취와 해충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뉴타운 광풍이 불어 서울 곳곳이 아파트단지로 바뀌어갈 때도 산새마을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40년 가까이 잊혀져있던 달동네에 요즘은 전국 지자체 관계자와 주민들이 줄이어 찾는다. 건설업체가 아니라 주민이 중심이 돼 마을을 가꾼 도시재생 모범사례를 보기 위해서다.

아파트 한채 값으로 출발 = 서울 은평구(구청장 김우영·사진)가 제10회 다산목민대상 대상(대통령상)을 받는다. 심사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한 정책 역시 신사동 산새마을이다. 민선 5기 시작과 함께 '도시경관 가꾸기' 사업으로 시작했다. 재개발 대신 점진적으로 마을을 바꿔 주민들 정주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남지역으로 치면 아파트 한채 값도 안되는 10억원을 서울시에서 지원받아 마을 되살리기에 나섰다. 첫 걸음은 쓰레기 치우기. 주민 40여명과 공무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오래된 가건물을 철거했고 구와 동주민센터 공무원 20여명이 힘을 보태 20여톤에 달하는 폐목재와 각종 쓰레기를 처리했다. 그렇게 봉산자락에 마을 공동 텃밭이 생겼다. 주민들은 꽃과 채소를 심어 땅을 가꾸고 수확물을 이웃과 나눴다.

은평구는 사회적기업 등 전문가와 힘을 보태 주민들을 지원했다. 사업 주체는 주민이고 더디더라도 마을 문제는 주민 스스로 해결한다는 생각에 공감한 주민들이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동네 반상회는 실질적인 토론의 장이 됐다. 주민들은 좁고 불편한 골목길, 등하굣길을 위협하는 차량, 주민들을 위한 쉼터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동시에 마을 자산이 될 수 있는 '보물'을 찾아냈다. 구는 주민들 논의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짜고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토론회 등을 거쳐 사업계획을 완성했다.

골목길 담장에는 벽화가 그려졌고 주민들이 매주 모여 동네일을 논의할 마을회관이 생겼다. 낡은 집을 수선하도록 저금리 융자를 지원했고 일을 맡은 사회적기업은 동네 업체에 자재나 하도급을 맡겨 공공지원이 다시 지역사회에 투자되도록 했다. 주거환경 개선으로 시작했지만 공동체 회복에 골목경제 활성화까지 1석 3조 효과를 얻은 셈이다.

산새마을에서 시작한 '경관 가꾸기'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에 확산됐고 중앙정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은평에서만 응암동 녹번동 산골마을, 불광동 토정마을, 신사동 수리마을과 신사동마을, 수색동 구름다리햇빛마을, 불광동 향림마을, 응암동 다래마을까지 산새마을과 같은 형태로 되살아날 계획이다. 구는 그간 실험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과 마을을 연결할 구상을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홀몸노인을 돌보고 어린이 통학안전을 확보하는 등이다.

주민참여예산 한단계 성숙 =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한단계 끌어올린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예산 편성과정에 치중한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은평구는 집행과 평가까지 전 과정에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했다. 주민 심의로 7년간 약 270억원 가량 예산이 증액·삭감됐다.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 추진하던 각종 사업들을 주민이 제안,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세부적인 사업 내용과 함께 기대효과나 추진 가능성을 두고 주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하고 추진한다. 특히 청소년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별도로 청소년 총회를 운영한다. 제안자가 사업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토론을 진행하고 다시 찬반으로 사업을 결정한다.

이밖에 진관동 한옥마을과 북한산성 일대를 '한(韓)문화 특구'로 묶어 지역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옥마을 역사한옥박물관 한문화체험시설 한문화페스티벌 등 역사문화 자원을 결집시켜 서울의 대표적인 한문화 체험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골목과 마을의 주인공인 주민들이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 토론하고 결정하는 주민참여와 직접민주주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그 시작에 은평구가 있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평의 발전은 통일 한국,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운을 개척하는 시대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가 올 때까지 공직자와 주민들이 더욱 협력해 정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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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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