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1조7400억달러 MBS(모기지담보증권) 다 떨어내나

2018-05-18 10:56:08 게재

클라리다 부의장 지명자 "민간 신용배분서 손떼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보유중인 모기지담보증권(MBS) 전부를 떨어낼 가능성이 제기돼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부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개최한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지명자와 미셸 보우만 이사 지명자 인준청문회에서 클라리다 지명자는 "연준이 MBS를 모두 떨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이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의 중역으로, 법률가 출신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에 균형감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클라리다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연준이 현재 진행중인 금리인상과 자산축소에 대해 절대적인 찬성을 보냈다. 앞서 파월 의장이 연준 자산의 적정 규모는 2조4000억달러에서 2조9000억달러 사이라고 밝힌 데 대해 클라리다 지명자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연준의 정책결정을 좌우해서는 안된다"고 답했고 금융기관 규제에 대해 파월 의장의 입장에 동조한다고 말했다.

클라리다 지명자는 이어 "연준이 보유중인 MBS를 완전히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와 MBS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효과도 있었지만 대가도 따랐다"며 "연준 자산이 늘어날수록 효과는 줄어들고 비용은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 부의장이 되면 양적완화의 비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S 매입이 사실상 '신용 배분'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한 상원의원의 질문에 클라리다 지명자는 "절대적으로 그렇다"며 "나는 연준이 국채만 보유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연준 자산에서 MBS를 완전히 떨어내는 것은 큰 파장을 부를 만한 사안이다. 현재 연준은 1조7400억달러(약 1880조원) 규모의 MBS를 보유중이다. 주택용 MBS 전체 물량의 약 26%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즉 연준이 MBS 시장의 가장 큰손인 셈이다. 때문에 지난 수년 동안 연준의 MBS 매입과 보유는 관련시장의 가장 큰 변수였다. 연준의 넉넉한 지원 덕분에 주택용 MBS 금리가 하락했다.

하지만 온라인매체 '울프스트리트'는 17일 "클라리다 지명자가 MBS를 떨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은 MBS 금리와는 무관한 얘기로 보인다"며 "연준이 민간 채권시장에서까지 '신용 배분' 역할을 떠맡으면 안된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선택을 받은 민간채권이 그렇지 않은 기타 금융자산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대한 간접적 비판으로도 읽힌다. ECB는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와 자산담보부증권, 커버드본드 등 다양한 민간채권을 매입하면서 신용 배분의 역할을 한다. ECB가 매입한 특정기업의 회사채는 '안전성'을 보증받은 것으로 여겨져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낮아진다. 울프스트리트는 "달리 말하면 ECB는 하루 단위로 특정 유형의 민간 신용상품을 판단해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특혜를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클라리다 지명자의 입장이 연준 방침으로 확정된다면,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특혜는 없다. 오직 국채를 중시하라'는 것. 울프스트리트는 "그가 파월 의장의 입장에 대부분 동의한 대목을 고려하면, 국채에 대한 중시 역시 파월 의장과 교감을 나눈 사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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