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자본유출 최대 21조 추정

2018-06-22 11:24:56 게재

코스피 10일 만에 -5.36% 떨어져 … 2300선도 '불안'

"하반기 대폭 하락 후 1년 이상 장기 조정 가능성 있어"

신흥국 금융 불안이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본유출금액은 최대 2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인상 발표 후 세계 무역전쟁 발발 우려 등으로 신흥국 금융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330선도 붕괴됐다. 전 거래일보다 14.75p(0.63%) 내린 2323.08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9시 45 현재 전 거래일보다 9.32p%) 하락한 2328.51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장 초 순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이 시각 현재 3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매도세로 돌아섰고 기관투자자는 613억원어치 팔아치우는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4p(0.48%) 하락한 822.28을 가리키고 있다. 상승한 828.34를 가리키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2억원, 68억원어치 팔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전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공세에 하락세를 보이며 2340선이 무너졌다.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최근 상대국 주요 수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상징적인 상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전쟁에 가담하면서 금융시장 위기감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밤 뉴욕증시도 무역전쟁 우려 여파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0.8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0.63%), 나스닥 지수(-0.88%)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부진한 흐름,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진행되는 가운데, 21일 아침에는 MSCI 시장 재분류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스피는 이달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 만에 -5.36%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의 자금유출이 심상치 않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 투자자금 동향을 살펴보면, 주식투자자금에서는 약 6.4조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반면 채권자금에서는 만기상환자금 제외 순투자 금액은 7.6조원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6월 들어 상황은 달라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재영 KB증권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원달러 환율 상승, 신흥국 시장의 전반적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한국 금융시장에는 불리한 환경"이라며 "한국은 신흥국내에서도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아,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오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하여 금융시장 변동성, 원달러 환율, 그리고 내외금리 차 요소와 과거 투자자금과의 상관성을 비교해본 결과 "과거에는 내외금리차의 영향은 제한적이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그리고 원달러 환율 상승시에는 투자자금이 이탈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신흥국 금융시장을 전반적으로 흔들만한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추가 투자자금 이탈은 최대 21조원 (주식 7조, 채권 14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한국 시장의 체력과 대외 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금융시장 쇼크를 가져올 만큼 대규모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등 6개 아시아 신흥국에서 유출된 외국인 자금은 19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신흥국 금융 위기가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이유다.

경제학자들은 한국경제가 하반기 들어 더 안 좋아지면서 주식시장 또한 장기간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둔화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 적자기조로 돌아서는 등 경제 전반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의 경우 하반기 대폭 하락한 후 1년 이상 장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