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훈풍' 국민인식도 바뀐다

2018-07-06 10:41:33 게재

아베보다 김정은 더 호감

북 비핵화 이행 잘 될 것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진 '한반도 훈풍'이 국민들의 인식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국 지도자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커서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중국과 일본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이나 정치권에서 정상간 합의내용에 대해 크고 작은 논란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국민들의 인식에는 이미 상당한 변화가 진행중인 셈이다.

이같은 내용은 아산정책연구원 이 5일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인의 주변국 인식'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0~10점)는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0.88점으로 바닥까지 갔던 김 위원장의 호감도는 올해 3월 2.02점으로 올랐다가 이번 조사에서 4.06점으로 2배 이상 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측은 "지도자 호감도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래 김정은 위원장 호감도가 1점대 전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더 놀라운 결과"라며 "김 위원장이 올해 초부터 대북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화에 적극 나서면서 일어난 변화"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크게 올랐다. 지난 3월 3.76점에 그쳤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5.16점으로 바뀌어 주변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도는 3.89점에 그쳤다. 지난해 11월(4.02점)과 올해 3월(3.29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호감도 역시 변화가 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04점에서 올해 3월 1.79점으로 떨어졌던 아베 총리에 대한 호감도는 6월 조사에서 2.04점을 기록했다.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 역시 변화가 컸다. 응답자들이 가장 호감을 느낀 주변국은 미국(5.97점)이 1위, 그 다음이 북한(4.71점)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4점대를 넘은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래 처음이다. 또 북한의 호감도(4.71점)가 중국 호감도(4.16점)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며, 일본의 호감도(3.55점)를 넘은 것도 4년여 만의 일이다. 이처럼 북미정상회담과 그에 앞선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한국인의 인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인의 평가도 높게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7명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냈다'(71.8%)고 답했고, '성과가 없었다'는 응답자는 21.5%에 그쳤다. 또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도 북미회담 전보다 회담 뒤 절반 이상 줄었고, 북한의 비핵화에 예상되는 소요 기간 역시 10.9년에서 6.5년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북한이 합의를 잘 이행할 것'으로 내다봤고, 대부분의 응답자는 남북관계(83.2%)와 북미관계(76.7%)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의 공동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의 83%, 일본인의 59%가 북미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49%는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나라(복수응답)로 북한(48.6%)보다 중국(49.7%)을 더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