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인터뷰 |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대구는 더이상 수구꼴통도시 아닌 열린도시"

2018-07-09 11:29:10 게재

'여야 경쟁체제' 지역발전 원동력 될 것

'한국당 위기' 오만·무책임·성찰부족 탓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국가정책 무시"

"대구는 이제 더 이상 수구꼴통 도시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며 가장 열린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권영진(사진) 대구시장은 "대구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2명이나 나왔고 지방의회에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진출, 이제야 말로 특정정당 일색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두 번의 큰 선거에서 갖춰진 정치적 다양성과 역동성은 대구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시장은 이번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냉혹한 자기평가를 내놨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보수정당이라고 하면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이어가지 못한 채 오만하고 분열하며 무책임하고 성찰하지 않아 궤멸의 위기에 몰렸다"며 "그나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뽑아준 것도 보수 회생의 불씨를 남겨두기 위한 선택일 뿐, 한국당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거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는 기본적으로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하는데 지난 9년의 보수정권은 기득권 방어에만 몰두한 채 시대변화와 혁신을 외면해 스스로 혁신할 시기와 기회조차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시장은 영남권 신공항과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등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신공항에 대해서는 "지방정부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책사업이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고, 취수원 이전에 대해서는 "시장 직을 건다는 각오로 구미시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한 추진의지를 보였다.

권 시장은 혁신의 고삐를 다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구는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할 도시"라며 "지난 4년이 산업구조와 도시공간 구조, 미래인프라를 혁신하는 것에 더해 시정을 혁신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4년은 시민의 삶을 지키고 바꿀 '대구 혁신 시즌2'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았다.

대구공항 이전은 관련 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다. 통합이전에 대해 반대여론이 있고, 지난 선거 때 일부 정치인이 K-2만 이전하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번 선거를 통해 통합이전의 당위성이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군위 소보면) 두 곳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고, 이들 후보지 지자체들의 유치 의지가 강한 만큼 최종 이전 부지를 선정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통합이전 사업은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의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추진되길 희망한다.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울산시장과 경남지사도 재추진을 돕겠다고 나선 것으로 안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국가정책을 무시하는 처사다. 영남권 신공항은 2016년 6월 정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라는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김해공항 확장건설로 결론 났다. 당시 부산을 제외한 4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현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전문기관의 분석 결과 가덕도 공항은 영남권 신공항 부지로는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이제 와서 다시 가덕도를 영남권 신공항 국책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지역간 갈등을 촉발시키고 국론을 분열시켜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신설을 택한다면 그 지역은 당연히 밀양이 되어야 한다. 대구시는 정부가 흔들림 없이 김해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며, 부산·경남에서 이 문제를 여론몰이 하거나 정치적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대구 시민들이 다시 먹는 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1991년 페놀사고 이후 계속 반복되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고도정수처리장을 설치했는데도 시민불안은 여전하다.

대구의 취수원을 낙동강 구미공단 상류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대구시민 입장에서는 너무나 절박한 과제다. 앞으로 직접 구미시민들과 구미시장을 만나 취수원 이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겠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관점에서 구미를 배려하되 이익공동체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겠다.

구미 해평지역으로 취수원을 이전할 경우, 구미시의 요구 사항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 국무총리 구미시장 대구시장 경북도지사가 같이 모여 큰 틀에서 문제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취수원 이전 전까지 먹는 물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할 건가.

우선 수돗물 원·정수의 수질 검사를 강화하겠다. 지금도 법정항목 이외에 자체 감시항목을 설정해 전국 최다 항목을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검출 가능성이 있는 항목을 자체 감시항목으로 추가해 더 많은 물질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과불화화합물도 2019년 자체감시항목에 추가하겠다.

또한 취수원 상류 수질을 엄격히 감시하겠다. 낙동강 상류 지역 수질검사, 낙동강 수계 국가수질자동측정망 실시간 수질감시 등 취수원 상류 수질검사를 강화하고 환경부 등 유관기관과 상시 협조체계를 유지하겠다. 200억원을 들여 매곡·문산 정수장에 분말활성탄 접촉시설을 추가 설치하고 오존, 입상활성탄 등 고도정수처리공정의 강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겠다.

■대구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5대 핵심미래첨단산업에 혁신의 씨앗을 뿌리고 희망의 싹을 틔웠다. 전기차 보급 실적이 3년 만에 5000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1톤 전기화물차가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성의료지구 일원을 자율주행 시범단지로 지정하는 등 자율주행차 실증 허브도시로 거듭난다.

국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 롯데케미칼, PPI평화 등 20개 유망 기업을 유치하고 중국 물 시장까지 진출했다.

첨복의료산업복합단지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의료기업 128개와 국책기관 15개를 유치했으며, 비수도권 최초 외국인환자 2년 연속 2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료도시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미래형 에너지 신산업 시험장 활용 등을 통해 대구에 필요한 전력 2.5GW 전체를 2030년까지 분산형 클린에너지로 자체 생산해 보급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했다. 지난해 6월 조성한 로봇산업클러스터를 토대로 로봇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스마트팩토리를 확산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대구를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도시로 육생해 나가겠다.

■여당에서 야당이 됐다. 대정부관계가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야당이라는 이유로 예산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여당의 도시였고, 특히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도시였지만 그것이 대구에 예산상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치적 다양성이 확보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고 봐야 한다. 이제껏 지역의 정치인들은 무사안일에 젖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정치적 다양성은 지역에선 여당인 한국당 정치인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지역 야당인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는 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구의 정치형태를 바꾸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시의회에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많이 진출했다.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활력있는 의회를 만들어갈 기회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구는 사실상 일당체제로 의회가 운영되어 왔다. 이는 의회 내부의 긴장감을 떨어뜨려 왔으며, 의회 본연의 기능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제 의회 내부에도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존재하게 됨으로써, 민의를 보다 더 원활하게 시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으며 나아가 대의민주주의가 바람직하게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더 나은 대구,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좋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대구시 청사는 그대로 둘 것인가.

대구시 청사 본관과 산격동 별관으로 분리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청사도 낡았고 사무공간이 부족해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신청사 건립이 시급하다. 시는 신청사를 건립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200여억원씩 기금을 적립해 현재 1091억원 정도 모았다. 건립비용의 절반인 1250억원이 모아지는 올해 하반기부터 청사건립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

청사 위치는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칫 잘못하면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위치와 규모를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다.

■경북도청 이전터 개발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경북도청 이전터는 경제·문화·행정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다. 현재 도청이전특별법에 따라 문체부가 경북도로부터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구시에 무상양여 또는 무상대부 할 수 있다. 이에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활용계획에 대구시 의견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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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은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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