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끝나지 않았다 … 부산 A여고, 교사 성희롱 폭로

2018-07-24 10:39:21 게재

"여자는 애 낳는 기계” 등 수업 중 성희롱 . 성차별 발언

학생대표 포함한 비대위 구성 “경찰 고발절차 밟을 것”

교내 성폭력에 저항하는 청소년들의 ‘스쿨미투’가 다시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창문미투’에 이어 이번엔 부산의 한 여고 학생들이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희롱.성차별 발언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붙여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일 부산 한 여고 학생들이 붙인 ‘미투’ 대자보. 페이스북캡처

부산시교육청은 전교생 설문조사를 거쳐 수사기관 고발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측은 학생대표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건에 대처할 예정이다.

23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부산의 한 여고 복도에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란 제목으로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 대자보가 붙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부산 ㅇㅇ여자고등학교의 실체를 밝힙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자보와 청원에선 특정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았다. 학생들은 청원 등에서 “한 선생님은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너희 어머니들은 삭아서 화장해야 된다', 임신 키트 얘기를 꺼내며 학생들이 모른다고 하자 '순수한 척 하지 마라' 등 성희롱을 하였고, 또 다른 선생님은 ' 다리 벌리지 마라 ㅇㅇ 냄새 난다'고 성적 발언을 했다”면서 “학교측에서는 아무런 처벌과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학생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고 폭로했다.

대자보 주변에 붙은 포스트잇에서도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학생 입술을 만지며 '예쁘다. 누구 닮았냐'는 발언을 한 사실부터 ‘삐딱하게 앉지 마라, 너 지금 누구 꼬시나’라는 발언까지 교사들의 성희롱, 성차별 발언을 폭로하는 메모가 쇄도했다.

졸업생들도 재학생들의 미투를 지지하며 SNS 등을 통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졸업생은 미투 지지를 요청하는 재학생의 글에 “언젠가는 터질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터졌다”면서 “이 기회에 싹 뒤엎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23일 9명의 장학사를 학교로 급히 보내 전교생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학생들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학생들에게 상담 등이 필요한지 파악해 지원조치를 하고, 가해자로 파악된 교사에 대해선 수사기관 고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교사와 학부모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학생대표 등으로 이뤄진 비상대책위를 긴급하게 꾸리고 사건에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미투 폭로’ 외에도 일부 학교폭력사건이 은폐됐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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