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설 개혁' 놓고 이재명-건설업계 전쟁
건설원가공개·표준시장단가적용 등
경기도 제도개선 방안 잇따라 발표
업계 "영업비밀침해·중소업체 고사"
10억원 이상 공공건설사업 건설원가 공개, 100억원 미만 관급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공공입찰 담합업체 영구 퇴출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한 달여만에 쏟아낸 공공건설사업 관련 정책들이다. 이 지사는 이들 정책들이 모두 세금낭비와 부당이득 편취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누군가의 부당한 이득은 누군가의 손실로 이어진다'며 도민 혈세를 아끼는 것은 경기도와 도지사의 책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가공개는 기업의 영업 기밀에 해당하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중소건설업체를 고사시킬 것이라며 대규모 항의집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공공건설분야 개혁의 칼을 빼든 경기도와 건설업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며 "결과에 따라 전국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달부터 건설원가 공개 = 경기도는 다음달 1일부터 공공건설사업의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을 공개해 공공건설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향후 진행하는 사업은 물론 2015년부터 소급해 공공건설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직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해왔다. 경기도시공사도 원가공개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부정적인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재명 지사는 27일 공무원 및 시민단체·전문가와 함께 '공공건설 원가공개' 심층토의를 갖고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방송을 했다. 이 자리에서 도시공사측은 "민간이 참여하는 일반분양 공공주택사업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률자문에서도 자료공개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감시팀장은 "민간이 참여하지만 공공주택법에 따라 진행된 공공주택은 국민의 알 권리로 가장 먼저 접근해야 하므로 비공개할 사유가 없다"며 "LH를 상대로 한 소송 시 대법원은 해당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의 원가공개 결정을 보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는 법과 상식에 부합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시장단가 vs 표준품셈 = 경기도는 현재 10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에만 적용하는 표준시장단가를 100억원 미만 공사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규정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공식 건의하고 관련 조례개정도 추진 중이다. 표준품셈은 공사에 필요한 재료와 인력 등을 공사규모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뒤 당시 단가를 곱해 공사비를 산출하는 방식이지만 표준시장단가는 최근 시행한 비슷한 규모의 공사 평균비용을 산출, 정기적으로 책정하는 단가를 말한다. 경기도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거품을 제거할 수 있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최근 10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에 반대하며 행안부 국토부 등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연합회측은 토목업체들이 지난 10년간 약 30%가 폐업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며 중소규모 공사에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할 경우 지역 중소건설업이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건설업계 반발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어떤 방식이 전체 도민을 위한 것인지 공개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에 대해 도내 기초단체 담당공무원들은 기존 공공건설분야의 관행적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면서도 표준시장단가 도입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시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공건설 원가공개나 표준시장단가 도입 문제는 건설산업의 입찰 등 구조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며 "건설업계가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란 생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B시 관계자는 "똑같은 공사도 관에서 하면 30%는 비싼 것이 사실인 만큼 부풀려진 표준품셈을 손보는 등 제도개선은 필요하다"며 "만약 이 지사의 실험이 정착된다면 전국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