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광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변화 발맞춰 청소년활동 판 흔들겠다"

2018-08-29 00:00:01 게재

4차산업혁명시대, '교육 보완' 개념의 사고방식은 이제 한계

청소년은 지도 대상이 아닌 파트너, 돌봄 사각지대까지 커버

청소년활동 분야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합니다. 과거 사고방식을 고집해서는 힘든 시기에 직면해 있죠.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서 청소년활동의 판을 흔들어보자는 게 제 포부입니다."

23일 서울 충정로에서 만난 이광호(62)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청소년 체험활동을 진흥시켜 청소년의 잠재역량 계발과 인격형성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다. 청소년수련시설 안전 관련 컨설팅·홍보 및 청소년자원봉사활동, 청소년지도자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전국 800개의 수련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종합안전·위생 점검 지원도 한다. 수련활동인증제를 통해 국가 차원의 청소년활동 품질 및 안전 검증도 실시 중이다.

이광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은│△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2017년 1월~현재) △경기대학교 교무처장 겸 본부대학장(2013년 3월 ~2014년 7월)△경기대학교 입학처장(2009년 5월 ~2011년 7월, 2015년 2월 ~2016년 9월) △국무총리실 국가청소년위원회 청소년정책단장(2005년 5월~2007년 8월) △청소년육성실무위원회 위원(2003년 9월 ~2005년 2월). 사진 민원기

청소년 활동 개념과 경계 허물어야

"'브레이크 더 유스 워크 프레임'. 청소년 활동의 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기존 청소년 활동 개념과 경계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허물어야 합니다. 한 예로 청소년기본법이나 청소년활동진흥법에서는 청소년활동을 '교육을 보완하는' 식으로 굉장히 좁게 정의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개념으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미래사회 역량 개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계를 과감히 뛰어넘어야죠. 방과후 활동의 핵심을 돌봄과 학습, 체험 등 3가지 개념으로 포괄적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이 이사장은 또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청소년들의 문제를 보완해가고 해결해가는 네거티브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을 문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강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기회와 지원서비스를 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과 관계하고 사업하는 방식도 기존의 지도·관리·감독하는 학교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면 안 돼요. 청소년들을 우리 파트너라고 생각해야죠. 우리 파트너가 성장하고 성공해 나갈 수 있도록 협업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청소년 활동이 이뤄져야 해요."

연령 경계 파괴, 생애주기적 접근

이 이사장은 청소년정책을 공급자가 아닌 수혜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관련기본법 등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아동, 청소년, 청년 등 분절적으로 관련 법을 가지고 있는 국가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생애주기적으로 통합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령의 경계부터 파괴시켜야 합니다. 청소년기본법에서는 청소년을 9~24세로 정의하지만 다른 법에서는 또 다르게 구분하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하는 사업들이 주로 13~18세 위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 연령 범위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죠."

저출산 문제나 경력단절예방 등을 위해서는 돌봄 공백을 국가가 메워줘야 한다.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일을 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데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경력단절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1~6학년생이 핵심 대상이에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는 돌봄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연령의 경계 때문에 초등학교 4~6학년생과 중학생들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연령은 형식적 제한일 뿐 입니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 입장에서는 초등학교 1~3학년생이 왜 방과후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없는지 이해가 안 될 수밖에요.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많아요. 연령의 경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에서는 지역 단위 청소년수련시설 등을 기반으로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체험활동, 학습지원, 급식·상담 등 종합 서비스를 한다. 전국 260개소에서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 중이다.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은 복권기금 지원으로 여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하는 국가정책지원사업이다.

지역 특성별 맞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지원형·농산어촌형, 특성화를 통해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벼지원형(장애청소년/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이 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홈페이지(www.youth.go.kr/yaca)에 접속, 해당지역 운영기관을 검색해 문의 하면 된다.

한반도 순례하며 청년 아픔 고민

"출생해 부모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통합적으로 청소년을 지원하는 게 청소년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조입니다. 청소년 개념이 초등 저학년인 하한연령부터 청년인 상한연령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어요. 청년들을 위해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국립청소년수련시설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국립청소년시설 5곳을 운영 중이다. 강원 평창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과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은 종합수련시설이다. 나머지 3곳은 특성화시설로 전남 고흥 국립청소년우주센터, 전북 김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 경북 영덕 국립청소년해양센터 등이다.

"다행히 국립청소년수련시설 5곳이 한반도 각 지역을 찍을 수 있도록 위치해 있어요. '청년이니까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의 말을 하기 보다는 함께 한반도 순례를 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연령의 한계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법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이 비전들을 우리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현실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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