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태양광연계ESS 운영

2018-10-12 10:38:37 게재

우원식 의원 "전력수요 많을 때 충전, 전력수요 적을 때 방전"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당초 취지와 정반대로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는 예산 수백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하는 저장장치다. 특정계절·특정시간에 한시적으로 치솟는 전력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짓는 대신 ESS를 활용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태양광연계ESS는 오히려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 충전했다가, 전력수요가 적은 시간에 방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우원식(더불어민주당·서울 노원을) 의원은 12일 "지난 1년간 태양광연계ESS 운영시간을 분석한 결과 계절에 관계없이 전력수요가 적은 17시부터 24시 사이에 90% 방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력소비가 많은 겨울철과 여름철의 최대부하 시간은 통상 9시~12시, 13시~17시다. 즉 태양광연계ESS는 최대 부하시간에 오히려 충전을 하고, 부하가 감소한 시간에 방전을 하고 있어 당초 취지와 달리 전력피크 대응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연계ESS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절별 최대부하 시간대에 방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전했던 전력을 방전하려면 여름철에는 13시부터 17시까지, 겨울철에는 9시부터 12시까지 하도록 정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연계ESS는 충전시간만 제한할 뿐 방전시간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불규칙한 전력생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ESS와 연계, 운영하는 방안을 장려해왔다. 재생에너지연계용ESS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4.5~5.0의 높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강화로 올해 7월말까지 신규 설치된 태양광ESS 설비용량은 715MWh에 달해 작년 한해 설치된 용량 112MWh보다 6.4배 급증했다. REC 발급량도 올 5월까지 21만8365REC로 작년 한해 4만1776REC보다 5.1배 증가했다.

정산금액은 작년 48억원에서 올해 5월 200억원이 넘어섰으며, 현 추세라면 연말까지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원식 의원은 "태양광연계ESS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전력피크 대응을 위한 방전시간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여름철의 경우 오전시간 충전해 오후에 방전하고, 겨울철의 경우 오후시간에 충전해 오전에 방전하는 것으로 운영규정을 손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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