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단체장 인터뷰 |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
강남은 지자체 맏형도시 … 세계도시와 경쟁
이기적 졸부 이미지 벗고 품격있게 "주민들은 준비돼있다"
환경·행정부터 '기분좋은 변화' 탈권위·소통으로 공동체의식↑
"1000원에서 설령 200~300원 손해가 있더라도 바람직한 이미지로 인한 반대급부는 그 10배 100배가 될 수 있습니다."
정순균(사진) 서울 강남구청장은 "강남은 지자체 맏형도시"라며 "국내 지자체가 아니라 세계도시와 경쟁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기적인 졸부 이미지를 탈피, 품격있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도시환경과 행정서비스부터 '기분 좋은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 자신부터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수평적 소통에 나섰다.
그간 소모적인 대립으로 주민들만 손해를 봤다. 재건축 문제가 대표적이다. 민선 7기 강남구는 서울시와 주민을 중재, 이견을 좁혀야 한다. 정 구청장은 "대립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주민들에 '민주당 구청장 시켜놨더니 잘하더라'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인들 지역 이미지 왜곡시켜 = 민선 7기 강남구는 '품격'을 강조한다. 정순균 구청장은 "부자도시, 풍족한 동네이지만 인색하고 이기주의적인 졸부 느낌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수의 잘못된 행태 때문"이라며 "특히 일부 정치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동 옛 한전부지 개발 이익금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송파구 잠실운동장까지 연계한 국제교류복합지구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자치구는 열악한 강북지역에도 나눠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강남구는 사업지인 강남에만 투입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정 구청장은 "물질적 손해가 다소 있더라도 '베풀며 사는 동네'로 만들겠다"며 "강남이 앞장서면 서울시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도 공동체 의식을 갖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시는 물론 다른 자치구에 밉보여 주민들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 주민참여로 서울 2030도시계획을 마련하던 당시 서울시와 반복하고 있어 강남 주민들 참여가 적었던 것. 정순균 구청장은 "압구정 35층 제한만 해도 거주자들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건축도 집값 상승을 노린 투기가 아니라 주거복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서울 자치구를 비롯해 국내 지자체가 아닌 세계도시와 경쟁을 지향한다. 정순균 구청장은 '가장 프랑스다운 도시'로 불리는 파리 16구와 세계 경제 중심인 미국 뉴욕 맨해튼을 꼽았다. 그는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다른 지역·주민 존경을 받으려면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 정당이나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강남이 한국 대표도시로 자리잡고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주민들은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특히 전임 구청장에 대한 실망감으로 '강남인' 자존심이 상해 있다"며 "1987년부터 강남에 살면서 주민들 마음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구청장 인사말 사라진 지역 대표축제 = 취임 후 22개 동주민센터를 두차례 돌았다. 아침 일정이 없는 날이면 한두곳씩 방문한다. 창고나 치하주차장 한쪽에 쌓인 쓰레기와 철지난 현수막부터 눈에 들어왔다. 도심 고층건물은 번듯한데 건물 화단은 말라비틀어진 식물과 담배꽁초로 어지러웠다.
행정부터 '기분 좋은 변화'를 시작했다. 도심 거리와 공공시설 환경부터 주민을 대하는 공무원들 태도까지 행정 전반이 변화의 대상에 포함됐다. 정순균 구청장은 "악취가 나는 하수구나 주민단체간 분쟁은 강남답지 않다"며 "강남에 진입하는 순간 '뭔가 다르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월평균 6회씩 열리던 정례간부회의를 월 1회로 줄였고 발표자료는 손이 많이 가는 파워포인트 대신 한글로 통일했다. 출퇴근길 간부들이 마중하고 배웅을 하던 의전을 없앴고 5급 이상 간부, 각 부서와 동주민센터 직원들과 '단톡방'에서 업무 얘기를 나눈다. 지역 대표축제인 강남페스티벌때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축제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막식에 구청장 인사말을 없앴다. 그는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객석에 앉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단속원끼리 경쟁하듯 했던 주정차단속이 완화된 데 반색한다. 5분 예고제를 도입, 교통흐름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으면 차량에 남겨진 휴대전화 번호로 단속예고를 했다. 차량을 견인할 때도 운전자가 나타나면 중단했다. 주차단속과 견인 건수는 지난해 7~9월 각각 11만3128건과 4550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6만704건과 2083건으로 줄었다.
주민 1000명이 서명하면 구청장이 직접 답변에 나서는 주민청원을 도입했고 민원처리 여부는 중간보고제로 점검한다. 정순균 구청장은 "민원은 가급적 되는 방향으로 '적극행정'을 하되 최종 책임은 구청장에게 있다고 천명했다"며 "중앙정부도 적극행정을 하다 실수한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감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이 부여한 임무, '지성무식'으로 화답 = 강남구 첫 민주당 구청장인 만큼 어깨가 무겁다. 정순균 구청장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선물한 중용의 글귀 '지성무식(至誠無息)'을 되뇌인다. 쉼 없이 정성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오늘에 충실하면 결과물이 따라온다"며 "주민들이 임무를 부여했으니 화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순균 구청장은 "진보 구청장 시켜놨더니 잘 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며 "행정가는 집안 살림을 하는 만큼 정치색을 따지는 대신 1등 도시를 만드는데 협조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