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민자도로 조세형평 안 맞아”

2018-10-26 10:49:56 게재

한국법제연구원 보고서

“부가세 면제하면 통행료 인하 가능”

똑같은 기능을 담당함에도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는 통행료 면세혜택을 받는 반면, 민자고속도로는 그렇지 못해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만약 민자 고속도로에도 면세혜택을 주게되면 통행료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26일 한국법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민자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두 주체인 ‘한국도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세제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도공이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 통행료에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적용돼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반면, 민자고속도로 통행료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정부업무 대행기관이 공급하는 재화.용역에 대해 면세를 허용하고 있다.

6월 현재 운영중인 민자고속도로는 18개(770km)로, 전체 고속도로(4767km)의 16.2%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 통행료가 도공 고속도로 대비 1.43배 높아 낮추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민자 고속도로 운영자와 이용자 입장에서 조세불형평성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정 기간 운영한 뒤 기부채납하는 조건인 민자고속도로가 국가에 귀속되면 부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부가세 면제사업자에 민자고속도로 운영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자 고속도로도 여러 도로유형 중 하나로, 공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명운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자고속도로 공공성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세해 조세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윤석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보고서는 당위성 및 구조적 정당성 등에 대해 검토해 본 것”이라며 “민자도로 면세에 대해 아직 정부 내에서 공식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에 나섰다.

8월 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민자고속도로 평균통행료를 2020년 1.3배 내외, 2022 1.1배 내외가 되도록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상반기에 서울외곽고속도로(서울북부 구간, 33.3% 인하), 서울춘천고속도로(16.2%), 수원광명고속도로(10.5%) 등 3개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하했다.

그러나 인하 방식이 달랐다. 부가세 면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업재구조화’와 ‘자금재조달’ 방식을 선택했다.

사업재구조화는 기존 투자자가 지분을 매각한 뒤,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운영기간 연장 등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자금재조달은 출자자지분, 자본구조, 타인자본 조달조건 등을 변경해 발생하는 이익을 사업시행자와 주무관청이 공유하는 형태다.

앞선 3개 민자고속도로 중 서울외곽도로는 사업재구조화 방식을, 나머지 2개 고속도로는 자금재조달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비싼 요금에 대한 비판을 면피하고자 국민부담을 20년 늘리는 조삼모사 대책이라는 것.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운영기간 연장 등 또다른 특혜를 제공하고, 생색내기 요금인하로 추진될 것”이라며 “매우 근시안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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