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에 퇴직연금 수익률 '비상'

2018-11-06 10:52:58 게재

실적배당형 단기수익률 전년대비 반토막 … 마이너스 펀드 속출

전문가들 "장기투자 관점, 상승시기 기다렸다 출구 시기 찾아야"

올해 주식시장 급락으로 원리금 비보장상품인 실적배당형 운용 수익이 떨어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에 비상이 걸렸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경우 단기수익률(최근 1년)은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고 마이너스 펀드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급락한 증시 환경에서 많은 퇴직연금상품들의 실적이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다른 상품으로 변경을 한다면 현재의 손실을 확정짓게 되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상승시기를 기다린 후 증시 상승기에 엑시트 할 시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영증권, 경남·제주은행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 = 6일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상품인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전년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졌다.


먼저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증권사 12곳의 9월말 기준 DC(확정기여)형 원리금 비보장상품 퇴직연금의 직전 1년 수익률은 최저 0.58%에서 최고 2.05%로 집계됐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권의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 3% 수준보다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DB(확정급여)형의 경우엔 최저 -0.82%에서 최고 4.64%로 실적 편차가 크게 나타났으며 전년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원리금 보장상품이 DC형의 경우 최저 1.51%에서 최고 2.11%를 기록하고 DB형이 최저 1.35에서 최고 1.84%를 기록한 것과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은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 12곳의 9월말 기준 DC형 원리금 비보장상품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최저 0.01%에서 최고 1.79%에 그쳤다.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DB형의 경우엔 두 곳에서 -1.47%와 0.75% 등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최고 2.49%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원리금 보장상품 DC형은 1.53% , DB형은 1.2%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신영증권은 DB형 최근 1년 수익률에서 -0.82%를 기록하며 증권사 12곳 중 유일하게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에서는 BNK경남은행과 제주은행이 -0.75%, -1.47%로 손실을 봤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미 금리역전 영향 = 국내 증권업계와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 저하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한·미 금리역전 등으로 중국과 신흥국,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한 데 따른 현상이다. 특히 3분기 들어서는 유럽과 미국시장에서도 위기 전조현상이 나타나면서 주가 하락이 시작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수익률이 대폭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애가 타고 있다. 각 증권사와 은행 퇴직연금 센터에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한 대형증권사 퇴직연금 콜센타 직원은 "손실 우려 문자를 보낸 후 문의전화 많이 오고 있다"면서도 "실제 손실 폭이 크다고 해서 매도 또는 교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무역전쟁,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어느 것 하나 좋은 상황이 아닌 것들이 반영되면서 증시가 폭락했다"면서도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뒤 우리 기업 모습 우리 경제 많이 단단해져 있어 추가적인 폭락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현재 퇴직연금 상품을 교체할 경우엔 손실을 확정하게 되므로 변경하지 말고 시장의 상승기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다른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만일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 펀드가 회생 불가능할 정도라고 판단된다면 손실을 더 보기 전에 수익률 상승이 기대되는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가입한 펀드의 자세한 내용은 가입한 금융사의 홈페이지에 분기별로 공시되며 해당펀드의 상위종목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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